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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위벌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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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충과 동물/곤충 누리

2020. 7. 12.

 

 

 

 

 

 

 

 

 

 

거위벌레는 거위벌레과에 속하는 곤충의 총칭이다. 거위처럼 생겨서 '거위벌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한살이는 '알-애벌레-번데기-어른벌레' 순이다.

 

거위벌레의 머리는 뒤쪽이 길게 늘어나 있다. 암컷 거위벌레는 수컷에 비해 머리가 많이 늘어나지 않아 길이가 더 짧은 편이다. 몸 빛깔은 짙은 자줏빛을 띤 붉은색이며, 머리와 가슴은 검은색이다. 몸은 배 쪽으로 굽어 있으며 뚱뚱하게 보인다. 사각형인 딱지날개는 붉은색이나 검은색을 띠고 있다. 적갈색 딱지날개에 깊게 패인 흠이 많다.

 

거위벌레는 나뭇잎 1장을 돌돌 말아 그 속에 알을 낳는다. 때로는 나뭇잎 여러 장을 겹쳐서 사용하기도 한다. 그래서 늦봄이나 이른 여름에 산에 가면, 거위벌레가 말아 놓은 나뭇잎 뭉치가 나뭇가지에 매달려 있거나 땅바닥에 떨어져 있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거위벌레는 걸음으로 나뭇잎의 길이를 가늠하여, 날카로운 큰턱으로 가운데 잎맥만 남겨 두고 잎을 가로로 자른다. 잎을 물어서 단단하게 접은 뒤 다리를 이용해 꾹꾹 누르면서 말아 올린다. 알에서 나온 애벌레는 어미거위벌레가 말아 놓은 나뭇잎을 갉아먹고 자란다.

 

 

 

 

 

 

 

 

거위벌레는 현란한 재단사이자 건축가

- 박진영 국립생태원 특정보호지역조사팀 선임연구원

 

거위벌레과 곤충의 가장 큰 특징은 암컷이 알을 낳기 전 잎을 재단하고 돌돌 말아서 애벌레들을 위한 원통형 요람을 만들어 주는데 있습니다. 마치 포대기로 아이를 감싸는 것처럼요. 거위벌레가 만든 요람은 애벌레를 보호하는 집이 되고 먹이가 됩니다.

 

먹이가 될 만한 식물을 발견한 거위벌레 암컷은 잎 위를 상하좌우로 걸어 다니면서 크기와 신선도가 알을 낳기에 적당한지를 관찰합니다. 알을 낳을 잎을 결정하면 가장자리로 이동한 뒤 잎 가운데의 주맥 방향으로 자르기 시작합니다. 거위벌레의 종류에 따라 잎을 완전히 잘라내기도, 살짝 구멍만 뚫는 형태로 재단하기도 합니다. 거위벌레 암컷은 잎을 잘라낸 뒤라도 애벌레가 살아가기에 적당하지 않다는 판단이 서면 과감히 다른 잎으로 이동하기도 합니다.

 

잎 한쪽을 자른 뒤에는 반대쪽으로 옮겨 잎 뒷면에 상처를 내는데요. 접히기 어려운 잎이 잘 말려올라갈 수 있도록 준비하는 과정인데 마치 종이접기를 할 때 종이가 잘 접히도록 손으로 꾹꾹 눌러주는 것과 비슷합니다.

 

잎이 점점 시들기 시작하면 본격적으로 요람을 만들기 시작하는데요. 겉으로 보기에는 단순히 잎을 감아 올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미리 만들어놓은 꺾임선(상처)을 따라 정교하게 원통을 만듭니다. 잎을 두 세 겹쯤 말아올린 뒤에는 표면에 작은 구멍을 뚫어 요람의 중심부에 1~2개의 알을 낳은 뒤 다시 잎을 끝까지 말아 올립니다. 마지막으로 잎의 끝 부분을 뒤집어서 뚜껑을 만들어주면 됩니다.

 

거위벌레는 요람을 만들기 위해 1시간 40분에서 2시간 가량 잎 위에 매달려 분주히 움직입니다. 길이가 3㎜내외로 아주 작은 요람을 만드는 싸리남색거위벌레는 30~40분 정도면 충분하지만 큰 요람을 만드는 데는 시간이 더 걸립니다. 꼼꼼하게 잎을 고르고 오랜 시간동안 요람을 만드는 것이 꼭 아이에게 정성을 쏟는 우리 부모님의 모습을 닮았네요.

 

잎이 말려 있다고 해서 모두 거위벌레가 만든 요람인 것은 아닙니다. 나방 애벌레가 잎을 말아 그 속에서 지내기도 하거든요. 거위벌레의 요람과 나방 애벌레의 집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었는지를 살펴보면 구분할 수 있는데요. 나방 애벌레는 실을 뽑아내 바느질을 하듯 집을 만들지만 거위벌레는 종이접기를 하듯 잎을 꾹꾹 눌러서 말아 올리기 때문이죠. 나방 애벌레는 자신을 지키기 위해, 때로는 먹이로 이용하기 위해 잎을 스스로 말지만 거위벌레는 암컷 성충이 애벌레를 위해 잎을 씹어 요람을 만들어 두는 것이니 부모가 자손을 위한 특별한 보살핌이라는 것이 좀 다른 차이겠지요.

 

-거위벌레가 요람을 만드는 순서. 국립생태원 제공

 

요람은 최적의 요새이자 먹이감

 

거위벌레가 만든 요람은 애벌레가 살아갈 수 있는 집 역할을 합니다. 대다수의 거위벌레들은 요람을 만든 뒤 땅으로 떨어뜨리는데요. 땅에 떨어진 요람은 천적의 눈에도 덜 띄고 지표면의 습도가 그대로 전해져 애벌레가 살아가기에 최적의 환경이 되죠.

 

요람 안에서 부화한 애벌레는 습기로 인해 적당히 발효된 잎을 먹고 자랍니다. 이 가운데남색거위벌레속에 속하는 종들은 암컷이 잎을 말아 올릴 때 곰팡이 포자를 붙이기도 합니다. 곰팡이 포자의 역할은 잎이 더 빨리 발효되도록 하는 것인데요. 이 종은 아주 작은 요람을 만들기 때문에 땅에 떨어졌을 때 금방 말라버릴 수 있어 곰팡이의 도움을 받는다고 합니다. 거위벌레의 요람은 최적의 요새이면서도 먹이가 되는 발효과학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이런 요람을 지켜보고 있는 이들도 있습니다. 바로 거위벌레 알 속에 알을 낳는 기생벌인데요. 기생벌들은 암컷이 요람을 지을 때 잎 주변을 서성이다 알을 낳는 순간을 포착해 얼른 들어가 알을 낳고 나옵니다. 거위벌레 알 표면에 거의 붙여서 알을 낳습니다. 이를 눈치채지 못한 암컷은 그대로 요람을 완성시키죠. 기생벌 알이 부화해서 애벌레가 나오면 거위벌레 알을 먹어 치웁니다.

 

요람에 들어가 거위벌레 알이 유충이 됐을 때 기생하는 기생파리도 있다고 합니다. 유충의 근육을 먹어 치웁니다. 종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거위벌레 요람의 기생률은 20~50%까지 나타나기도 한다네요. 정성을 들여 요람을 만든 보람도 없이, 그만큼의 거위벌레 후손이 생명을 잃는 것이죠.

 

거위벌레가 요람을 만든 뒤 얼른 떨어뜨리려는 습성을 가지게 된 것은 기생벌이나 기생파리로부터 애벌레를 보호하기 위해서 아닐까요. 거위벌레와 기생벌의 관계, 여기서 나타나는 행동학적 의문점에 대한 연구는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