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보냈습니다

소나무 2017. 3. 14. 08:37

가을이 지나갑니다.
당연히 오고가는 것이 계절이지만, 떠나는 가을은 왠지 쓸쓸합니다.
지는 석양을 바라보는 누군가의 뒷모습처럼,
그 뒷모습에 드리운 긴 그림자처럼 마음 한 구석이 서늘해집니다.

습관적으로 인터넷에서 이런저런 소식을 기웃거리다가,
그 어디에도 사이다 같은 소식은 찾아볼 수 없어서, 자리를 털고 일어났습니다.
옷을 단단히 여미고, 떠나는 계절이 아쉬워 낙엽 지는 교정을 천천히 걷고 왔습니다.

엊그제 단풍들었다고 사진 촬영했는데, 오늘은 낙엽지고 있네요.
가을이라 하기는 넘칠 것 같고, 겨울이라 말하기에는 조금 부족할 것 같은 날씨입니다.
운동장을 천천히 돌며 담장 아래로 쭉 서있는 나무 한 그루 한 그루를 바라봅니다.
화려하게 노란 단풍을 자랑하던 은행나무는 모조리 잎을 떨구고 있고, 느티나무는 진한갈색으로 변한 마른 나뭇잎을 바람에 날리고 있습니다.

천천히 나무 하나 하나 이름을 불러주었습니다.
넌 겨울에서야 비로소 돋보이는 소나무,
넌 봄철에 꽃향기로 말을 걸어오는 아카시아 나무,
넌 꽃도 예쁘지만 단풍도 아름다운 벚나무,
넌 새싹 돋을 때 파스텔 톤의 연두색이 아름다운 낙엽송,
넌 가장 이른 봄에 꽃을 피우는 산수유,
....................

떠나가는 계절이 아쉬워 한참을 교정에 서성거리다가,
다시 교무실로 돌아왔습니다.
이런저런 일들이 산더미지만, 잠시 나무와 나눈 대화가 마음의 여유를 줍니다.
그래, 다음 쉬는 시간에도 컴퓨터를 잠시 멈추고 하늘을 바라보고 산을 바라보고 와야겠습니다.

(2016년 11월 23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