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학정보

윤슬 2008. 11. 5. 17:47

세금 내는 나무

 

경북 예천에 가면 세금을 내는 나무가 두 그루 있습니다. 한 그루는 감천면 석평마을에 있는 수령 600년 묵은 석송령(천연기념물 제294호)이고요. 다른 하나는 용궁면 금남2리에 있는 500년 묵은 팽나무(천연기념물 400호)가 그 주인공입니다.

나이도 그렇지만 세금을 낸 이력도 팽나무보다 석송령이 한수 위입니다. 마을의 안녕과 단합을 지켜주는 동신목인 석송령은 마을 앞 석관천에 홍수로 떠내려 오던 어린 소나무를 주민이 심은 것이 지금은 높이 10m, 직경 4.2m에 그늘면적만 300평이나 된다고 합니다.

이 나무가 세금을 내기 시작한데에는 지금으로부터 88년 전인 192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이 마을에는 평생 자식이 없이 살던 이수목이라는 사람이 숨을 거두면서 자신의 땅을 마을 앞에 있는 소나무에게 물려주었고, 마을 사람들이 그의 뜻에 따라 석평동에 있는 영험 있는 나무라는 뜻으로 석송령이라 이름을 짓고 등기를 만들어준 것이 오늘에 이르렀다고 합니다. 일제시대 우리민족의 정기를 말살하고자 일본군함의 재료로 쓰고자 이 나무를 배려고 했던 순사와 인부가 자전거에 장비를 싣고 개울을 건너다가 핸들이 부러져 즉사했다는 웃지 못 할 이야기도 전해집니다. 1987년 비법인으로 등록된 석송령은 물려받은 자기 소유의 땅 1500평에 대해 매년 종합토지세를 내고 있으며, 1985년 대통령에게 받은 격려금과 마을 주민들이 낸 돈을 모아 석송장학회까지 만들어져 매년 마을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고 있습니다. 이에 질세라 5월이면 누런 꽃을 피운다고 ‘황목근’이라 불리는 용궁면의 팽나무도 풍년을 비는 마을 주민들이 기금을 모아 논을 사서 나무 앞으로 등기를 해준 것이라고 합니다. 이 팽나무 또한 1995년 등록된 이래 한 번도 세금을 체납하지 않은 성실 납세자라고 합니다. 석송령이나 팽나무는 모두 마을의 노거수로 아주 귀한 대접을 받고 있지요. 좋은 뜻을 기려 사람보다 나은 몫을 하고 있는 나무들의 훈훈한 미담이 오래도록 이어지길 기원합니다.

(2008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