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만에 집에 찾아 들었는데 내 다음 뮤직 800여곡 가까이 되는 것들이 사라지고 음악이 없는 다음... 너무 삭막하네 도둑을 맞은 듯 처량한 마음으로 하루를 멍 때리고 있네 어쩌나 이 음악들을 그리워서... 돈을 내고 샀으니 무슨 방책이라도 세워주지 않았나 싶었는데 전혀 없네 내가 이..
바람이 꽃잠을 자고 간 사이 진란 몽개몽개 눈부신 꽃구름 겹쳐 입고요 물비늘 흔들리는 강물의 서쪽, 매향의 허리춤에 숫바람 뜨거운 눈길 쏠리던 참이에요, 꽃불이 났는가 봐요 섬진강 은빛 모래에 새긴 이름 그립다 부르고, 부르다가 노곤한 햇살에 몸을 기대 졸고 있던 숫바람의 입술..
산사취 예찬 진 란 잊혀진 술에 대해서는 말하지 말자 기분이 영 아닐때 메마른 입술을 적시고 타는 목마름으로* 술술 넘기는것 술마시는 이유를 묻지 말자 생에 대해 깊이 생각하는 척 과시하는 행위라는것 그냥 꼴딱꼴딱 목젖을 흐물거리게 녹여주는 것 취하고 싶어 마시는 저 산열매 ..
검정날개버섯파리과의 작은뿌리파리 진란 누가 미기록 지령을 보냈을까 오늘 알을 백 개만 까고 하루살이로 위장해서 방충망 사이로 잠입한다 썩은 낙엽 속이나 습습한 나무뿌리가 유년의 비릿한 전생, 나뭇가지와 잎새 사이에서 날개를 털고 말리는 일이 현생이라면 후생엘랑은 파리..
어떤 삼천갑자 동박삭 진란 텅 빈 햇살 속을 떠도는 바람이네 빠르게 모양을 바꾸던 구름이네 바람을 타고 빠르게 건너가고 변하는 우리, 한 사나흘이 삼천만 년쯤 된다 해도 그대에게로 갈 수 있다면 흔적 없는 바람처럼 거기 떠돌고 싶어 빗방울 후둣거리는 아침을 달려가 수동리 팽나..
그리운 악마*, 이후의 자백 진란 이렇게 그를 냉정하게 바라본 일이 있었나 뜨거운 가슴으로 바라볼 때에는 활활 타오르는, 꺼도꺼도 꺼지지 않는 불잉걸, 남몰래 숨겨둔 애인처럼 홀로 뜨겁고 홀로 데어서 홀로 상처가 농익어 터지도록 끝없는 지옥이 이러하리라 싶었지 저만치에서 눈..
자작나무 숲에서 뭉크를 생각하다 진란 난 더이상 젊지 않아져서 지고 말 것에게 내기를 걸지 못한다 사랑은 기다린 만큼 보상하지 않으며 사랑한 만큼 애절한 것도 아니라고 알아버렸으니 다만, 아직은 뜨거운 심장이 간혹 헛열에 달떠서 밤하늘에 둥둥 떠있는 걸 본다, 간밤에도 니가 ..
수작, 그 혀 혹은 주둥이들 진 란 그 봄, 꽃핀다는 소식이 남쪽으로부터 올라왔다 그 소식에 얹혀 파발마도 달려왔다 어디서부터, 누구로부터, 무슨 죄를 지었다는 구체적인 확인도 없이 파발마는 끈끈한 혀를 휘두르기 시작했다 군중은 소문에 예리해졌다 "A" , 저 주홍글씨를 보라, 저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