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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타이 박성우 늘어지는 혀를 잘라 넥타이를 만들었다 사내는 초침처럼 초조하게 넥타이를 맸다 말은 삐뚤어지게 해도 넥타이는 똑바로 매라, 사내는 와이셔츠 깃에 둘러맨 넥타이를 조 였다 넥타이가 된 사내는 분침처럼 분주하게 출근을 했다 회의시간에 업무보고를 할 때도 경쟁업체..
김경주 못은 밤에 조금씩 깊어진다 어쩌면 벽에 박혀 있는 저 못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깊어지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쪽에서 보면 못은 그냥 벽에 박혀 있는 것이지만 벽 뒤 어둠의 한가운데서 보면 내가 몇 세기가 지나도 만질 수 없는 시간 속에서 못은 허공에 조용히 떠 있는 것이리..
김명인 사다리 상승의지가 없다는 말에 후들거리며 나서는 산책길 이음매 뜯긴 비탈길 한 줄 등성이에 뉘여 있다 숨이 차 중턱에서 잠시 쉬는데 골짜기 폐물집하장엔 일끝낸 인부들인듯 드럼통 곁에 빙 둘러서서 저마다 끌고 온 하루를 패서 태우고 있다 조금 더 오르면 죽은 개를 암매..
김삼환 어떤 내력 집수리를 하다가 싱크대 밑에 숨어있는 쓰다만 문서 몇 장 버리기 전 펼쳐보니 야경을 인수인계한 계약서가 붙어있다 아마도 그는 전에 평생의 꿈을 살려 밤무대 조명등을 꼼꼼하게 점검하곤 다부진 사각 창틀을 고정시켜 놓았을 터 하나 둘 불 켜지는 언덕배기 밤풍경..
곽효환 그 많던 귀신은 다 어디로 갔을까 섬섬한 별들만이 지키는 밤 사랑채에서 마당건너 뒷간까지는 수많은 귀신들이 첩첩이 에워싸고 있었다 깊은 밤 혹여 잠에서 깨기라도 하면 새까만 어둠 속에 득실거리는 더 새까만 귀신들 때문에 창호지를 바른 덧문을 차마 열고 나갈 수 없었다..
안희연 소동 밀가루를 뒤집어쓰고 거리로 나왔다 슬픔을 보이는 것으로 만들려고 어제는 우산을 가방에 숨긴 채 비를 맞았지 빗속에서도 뭉개지거나 녹지 않는 사람이라는 거을 말하려고 퉁퉁 부은 발이 장화 밖으로 흘러넘쳐도 내게 안부를 묻는 사람은 없다 비밀을 들키기 위해 버스..
이수정 키 작은 사람들의 가을 이 산의 꼭대기 키 작은 나무들은 벌써 손이 시리다 반쯤은 핏빛 단풍이다 산동네, 좁은 길로 연탄재가 뿌려진다 종점에서 내린 사람들이 비탈길 가로등을 따라 오른다 금 간 유리창 밖으로 일찍 온 바람이 창문을 흔든다 종점에서 내린 키 작은 사람들이 ..
김소월 눈 새하얀 흰 눈, 가비얍게 밟을 눈, 재 같아서 날릴 꺼질 듯한 눈, 바람엔 흩어져도 불길에야 녹을 눈. 계집의 마음. 임의 마음 -『어쩌면 별들이 너희 슬픔을 가져갈지도 몰라』,김용택, 2015, 26쪽 .............. 강소천 눈 내리는 밤 말 없이 소리 없이 눈 내리는 밤. 누나도 잠이 들고 ..
박용래 겨울밤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마늘밭에 눈은 쌓이리. 잠 이루지 못하는 밤 고향집 추녀밑 달빛은 쌓이리. 발목을 벗고 물을 건너는 먼 마을. 고향집 마당귀 바람은 잠을 자리. -김용택이 사랑하는 시 『시가 내게로 왔다』,마음산책,2003,10쪽 .................. 박형준 눈 내리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