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사무소 풍경

詩 공부 2011.06.03 07:21

얼굴 한번 보고 혼인신고까지 마쳐버린 중국 여자가 오지 않겠단다. 어딘지도 모르는 머언 땅 흑룡강성 하얼빈시 신부에게서 이혼 딱지 붙은 마흔 셋 노총각이 다시 장가를 간다. 낡은 민원대에 엎드려

소나무숲에서

詩 공부 2007.07.04 06:57

지난 가을 숲 가꾸기 사업 때 잘라 넘어진 꼬부라지고 뒤틀린 못 생긴 소나무들 산그늘에 그루터기로 남았다. 험한 산등성이의 세찬 바람과 모진 눈보라도 묵묵히 견뎌왔을 나무들의 고단한 삶. 말없이

향학

詩 공부 2007.07.04 00:02

삼복 찌는 여름밤에 40대 아줌마들이 일본어를 배운다. 낡은 건물 한 귀퉁이 촉수낮은 형광등 아래 늦깍이들 여럿이 모인 자리. 아이우에오, 가기구게고 사십년 세월을 건너와 맺힌 무서운 집중들. 아이

귀로

詩 공부 2007.07.03 23:58

나싱개 몇 무더기 장이 파하고 터벅터벅 느린 걸음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낡은 유모차 재롱 피우던 외손주 털고 나간 빈자리엔 고운 저녁놀 속 굽은 허리 버텨 낼 추억이 몇 조각 실려 있다.

시우물에서

詩 공부 2007.07.03 23:55

세상사 부대껴 지치고 힘든 밤에는 지혜의 시우물로 간다. 거기서 독특한 생의 결을 가진 사람들이 올올히 풀어놓은 슬프고도 찬란한 삶을 만난다. 손 내밀어 닿지 않는 그믐밤같은 미래. 그 내일을 믿으

흔적

詩 공부 2007.07.03 23:51

시가 새로 올라왔다 댓글이 없다 가슴 먹먹한 울림 치열한 생의 기록 시가 된 삶 웃는 얼굴 노란 아이콘이 체크되고 그 아래 빈공간이 생겼지만 나는 할 말이 없다. 썼다가 지우고 다시 썼다가 지우고 아

중년부부

詩 공부 2007.07.03 23:46

사노라면 좋은 일만 있으랴 더러는 말 못할 비밀도 품고 사는 법이다. 부딪히고 달그락거리며 엎어지고 깨어진 상처들 열정이 사라져 버린 일상 지친 삶의 모퉁이마다 남은 흔적들. 늙은 개처럼 서로 핥

새벽글씨

詩 공부 2007.07.03 23:43

군내 문화제 서예전시장 구석에 걸린 족자가 좋아 보여 새벽마다 먹을 갈기 시작했다. 아들녀석 중학교 서예책 펴 놓고 잘 생긴 글씨를 따라 써 보지만 내 글씨들은 언제나 딴 길로 간다. 그래도 새벽마다

궁핍한 가장의 우화

詩 공부 2007.07.03 23:30

가을 한낮 조치원 국도 지체 장애 중년 사내가 괴물같은 덤프에 밀려 하늘로 갔다. 유품 지갑에서 나온 때 묻은 간이세금 계산서. 고철 350KG - 7,300원 파지 290KG - 19,000원 ‥‥‥‥‥‥‥ 삶의 무게

거리의 악사 [1]

詩 공부 2007.07.03 23:25

천년도 더 넘은 잘쯔브르크 성당 앞. 금발머리 청년이 가을 햇살 속에서 낡은 바이올린을 켜고 있다. 거리를 흐르는 성모 찬양. 지나가던 사람들 걸음을 멈추고 서로 기대고 혹은 팔짱을 낀 채 제각각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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