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타페오
꿈꾸는 자의 삶

호수/ 정지용

2017.08.23 09:00

호수/ 정지용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밖에 2017년 6월, 교토 도시샤 대학 교정, 정지용 시비.

서시/ 윤동주 [1]

2017.08.02 09:00

서시/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다.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

산경 // 도종환 [2]

2017.06.30 09:00

하루 종일 아무 말도 안 했다 산도 똑같이 아무 말을 안 했다 말없이 산 옆에 있는 게 싫지 않았다 산도 내가 있는 걸 싫어하지 않았다 하늘은 하루 종일 티 없이 맑았다 가끔 구름이 떠오고 새 날아왔지만 잠시 머물다 곧 지나

강 // 이성복

2017.01.13 09:00

2016년 11월 청량산에서 낙동강을 바라보며 저렇게 버리고도 남는 것이 삶이라면 우리는 어디서 죽을 것인가 저렇게 흐르고도 지치지 않는 것이 희망이라면 우리는 언제 절망할 것인가 해도 달도 숨은 흐린 날 인기척 없는 강

오리(五里) // 우대식

2016.03.25 09:00

2015년 3월 금오도 비렁길에서 오리만 더 걸으면 복사꽃 필 것 같은 좁다란 오솔길이 있고 한 오리만 더 가면 술누룩 박꽃처럼 피던 香이 박힌 성황당나무 등걸이 보인다 그곳에서 다시 오리, 봄이 거기 서 있을 것이다 오리만

여행에 대한 짧은 보고서// 이화은 [2]

2015.12.04 09:00

2015년 8월 동해에서 사는 일이 그냥 숨 쉬는 일이라는 이 낡은 생각의 역사(驛舍)에 방금 도착했다 평생이 걸렸다

바람이 오면// 도종환

2015.11.13 09:00

2015년 10월 화왕산에서 바람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그리움이 오면 오는 대로 두었다가 가게 하세요 아픔도 오겠지요 머물러 살겠지요 살다간 가겠지요 세월도 그렇게 왔다간 갈 거예요 가도록 그냥 두세요

세월이 가면// 박인환 [2]

2015.10.30 09:00

2015년 10월 가평 깃대봉에서 지금 그 사람의 이름은 잊었지만 그의 눈동자 입술은 내 가슴에 있어. 바람이 불고 비가 올 때도 나는 저 유리창 밖 가로등 그늘의 밤을 잊지 못하지. 사랑은 가고 과거는 남는 것 여름날의 호숫가

닿고 싶은 곳// 최문자

2015.10.09 09:00

2015년 9월 방태산 어두원곡에서 나무는 죽을 때 슬픈 쪽으로 쓰러진다. 늘 비어서 슬픔의 하중을 받던 곳 그 쪽으로 죽음의 방향을 정하고야 꽉 움켜잡았던 흙을 놓는다. 새들도 마지막엔 지상으로 내려온다. 죽을 줄 아는 새

저무는 바다를 머리맡에 걸어두고// 이외수 [3]

2015.09.25 09:00

2015년 8월 고성 청간정 앞 동해 살아간다는 것은 저물어 간다는 것이다 슬프게도 사랑은 자주 흔들린다 어떤 인연은 노래가 되고 어떤 인연은 상처가 된다 하루에 한 번씩 바다는 저물고 노래도 상처도 무채색으로 흐리게 지

고요// 김원길

2015.07.29 09:00

2015년 6월 백운봉에서 달도 지고 새도 잠든 정적 속 눈 감고 귓전에 스스스스 지구가 혼자서 조용히 자전하는 소리 듣는다

숲길에서// 강세화

2015.07.10 09:00

2015년 6월 설악산 아니오니골에서 금속성의 비정에서 잠시 벗어나 바람결 타고 흐르는 새소리도 들으며 풀잎새 한들거리는 숲길이고 싶어라. 모든 가치의 척도는 어디에 있는가 나는 대체 무엇이며 삼라만상은 어떤 뜻인가

낙화// 이형기

2015.06.15 09:00

2015년 4월 도쿄 아사쿠사 유곽에서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쌓여 지금은 가야할 때 무

꽃 진 자리 // 여영현

2015.05.29 09:00

새들처럼 꽃 이파리도 하늘을 난다 낮게 흐르는 꽃잎은 벌써 청자빛 하늘, 화문 하나를 찍고 있다 과목 아래를 걸어본 사람은 안다 환한 사과꽃 향기 이마나 등에 찍혀 저무는 한 때를 그리워 한다는 것을, 바람은 청동거울을

꽃이 되는 건// 이해인

2015.04.24 09:00

2014년 4월 천마산에서 꽃이 필 때 꽃이 질 때 사실은 참 아픈거래 나무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달아 줄 때도 사실은 참 아픈거래 사람들끼리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하는 것도 참 아픈거래 우리 눈에 다 보이진 않지만 우리 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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