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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엽 삼촌의 판화로 본 세상 (87)

코끼리 없다

아주 큰 인삼이 거꾸로 땅에 심겨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누가 큰 항아리에 꽃꽂이해 놓은 것 같기도 하고 갑자기 땅속을 뚫고 나와 하늘을 받치고 있는 튼튼한

까부리

삼촌이랑 같이 사는 진돗개, 까부리. 이름이 왜 까부리게? 왜긴. 엄청 까불어서 까부리지. 논과 밭, 산과 들 엄청 신나게 뛰어다녔거든. 지금은 그게 다 옛날

속이 타

너무하다. 오늘은 꼭 비가 올 거라고 해놓고서 하루가 다 갔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너무 한다 너무해. 속이 탄다 속이 타. 고구마 속이 타. 토마토 속이 타. 고

홍길동

비정규직 노동자한테 전화가 왔어. 드라이버를 든 홍길동을 그려달래. “홍길동을 왜 그려달라는 건데요?” 물어보니까 홍길동이 아버지를 아버지라고 부르

어서 오렴

세월호가 어둡고 차가운 바닷속에서 3년을 보내고 이제 땅으로 올라 왔어. 그 안에 유족들이 1080일 동안이나 간절히 기다리던 아홉 분의 미수습자가 있어.

신나는 광장

사람들은 토요일마다 광장에 나왔어. 촛불을 들고 인사하고 웃고 떠들고 행진하고 노래를 불렀어. 처음엔 그래도 되나 싶었어. 못된 짓을 한 권력자를 벌주어

큰일 날 뻔한 물고기

동네 꼬마 준태가 코펠에다가 개구리 한 마리랑 버들치를 잡아 왔어. 준태는 나에게 자랑을 하고 싶어 했는데 삼촌은 모르는 척했어. 어디서 잡았는지도 궁금

붕어빵

삼촌은 판화가야. 붕어빵 아저씨도 판화가야. 똑같은 판화가야. 똑같은 걸 매일 찍어내니까. 삼촌은 목판화가고 붕어빵 아저씨는 붕어빵 판화가야. 삼촌은 나

광화문 텐트촌에서

삼촌은 요즘 서울 광화문 텐트촌에 있어. 많은 노동자와 예술가들이 그곳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면서 싸우고 있어. 벌써 한 달이나 되었어. 처음에는

감 꼭지

난 감이 좋아. 맛있어. 작은 감은 작아서 좋고 큰 감은 커서 좋지. 딱딱한 감은 딱딱해서 좋고 말랑한 감은 말랑해서 좋아. 일찍 익은 감은 일찍 먹어서 좋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