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가루 엄지용 네게로부터 불어온 바람에 나는 한참을 기침했다. 다 나을만 하니 또 다시 불어온다. 코를 간지럽히고 참으려 해봐도 너는 이내 터져나온다 그댄 꽃이었던가 ************************************ 3월, 그 바쁜 분주함 속에 모든 것이 새삼 익숙하다. 아직도 여독에 정신줄이 들락날..
가지 않은 길 R. 프로스트 노랗게 물든 양갈래 숲길 두 길을 다 취할 수 없음의 못내 아쉬움. 머언 여정길 기로에 선 나그네 신세 한참을 망설이다 무성한 덤불의 한 길을 정하여 바라봤다. 또 다른 길 앞서 바라본 길만큼 근사한, 어쩜 더 그럴싸하고 매혹적으로 무성한 숲길. 이슬 내린 아..
봄여름가을겨울 법정스님 소리에 귀를 기울인다는 것은 우리 삶의 중요한 한 몫이다. 그 소리를 통해서 마음에 평온이 오고 마음이 맑아질 수 있다면 그것 또한 소리의 은혜가 아닐 수 없다. 침묵은 인간이 자기 자신이 되는 길이다. 우리가 무엇이 되기 위해서는 땅 속에서 삭는 씨앗의 ..
나도 그랬듯이 조병화 머지 않아 그날이 오려니 먼저 한마디 하는 말이 세상만사 그저 가는 바람이려니 그렇게 생각해다오 내가 그랬듯이 실로 머지 않아 너와 내가 그렇게 작별을 할 것이려니 너도 나도 그저 한세상 바람에 불려가는 뜬구름이려니 그렇게 생각을 해다오 내가 그랬듯이 ..
11월 배한봉 늑골 뼈와 뼈사이에서 나뭇잎 지는 소리 들린다 햇빛이 유리창을 잘라 거실 바닥에 내려놓는 정오 파닥거리는 심장 아래서 누군가 휘파람 불며 낙엽을 밟고 간다 늑골뼈로 이루어진 가로수 사이 길 그 사람 뒷모습이 침묵 속에서 태어난 둥근 통증 같다 누군가 주먹을 내지른..
무심한 구름 허수경 한-- 청평쯤 가서 매운 생선국에 밥 말아먹는다 내가 술을 마셨나 아무 마음도 없이 몸이 변하는 구름 늙은 여자 몇이 젊은 사내 하나 데리고 와 논다 젊은 놈은 그늘에서 장고만 치는데 여자는 뙤약볕에서 울면서 논다. 이룰 수 없는 그대와의 사랑이라는 게지! 시들..
커피 윤보영 커피에 설탕을 넣고 크림을 넣었는데 맛이 싱겁네요 아 그대 생각을 빠뜨렸군요 그대가 마시는 커피에 내 생각을 넣어두면 쓸까? 달까? 달면 내 잔에도 그대 생각을 넣어달라고 커피를 마시려다 깜짝 놀랐어 마치 네 생각할때처럼 향기가 아주 좋은 거 있지 이 순간 네가 있..
머리에 석남꽃을 꽂고 서정주 머리에 석남꽃 꽂고 네가 죽으면 머리에 석남꽃 꽂고 나도 죽어서 나 죽는 바람에 네가 놀라 깨어나면 너 깨는 서슬에 나도 깨어서 한 서른 해 더 살아볼꺼나 죽어서도 살아서 머리에 석남꽃 꽂고 서른 해만 더 살아볼꺼나... *******************************************..
그대에게 이 외수 그리운 이름 하나 있어 어둠의 끝자락을 부여잡고 약속하지 않은 기다림에 가슴은 진다홍 핏빛으로 물들어 갑니다. 마음으로 부를 수 있는 이름이 있으니 그것은 그리움입니다. 눈을 감고 그릴 수 있는 얼굴이 있어 그것은 사랑입니다. 그리움이 깊어가면 사랑이 시작..
아득한 성자 오현 스님 하루라는 오늘 오늘이라는 이 하루에 뜨는 해도 다 보고 지는 해도 다 보았다고 더이상 더 볼 것 없다고 알까고 죽는 하루살이 떼 죽을 때가 지났는데도 나는 살아있지만 그 어느날 그 하루도 산것 같지 않고 보면 천년을 산다고 해도 성자는 아득한 하루살이 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