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알록달록한 실로 생물계를 짠다 한 코 한 땀 얽어서 공생 그물을 만든다 아가미 없는 해삼 코에 숨이 고기를 걸고 앞 못 보는 새우 코에 고비 물고기를 걸어 그물 한 자락을 짜낸다 태평양 거슬러 알래스카 강가에 이른 연어는 알 낳을 그늘을 주는 나무와 그물코를 만들고 부지런한 ..
팔우정 할머니가 보글 보글 끓여주는 뜨거운 뚝배기에는 온 바다가 담겨 있다 차가운 동해바다 곱쟁이에 낚여 하얀 눈발 위 세찬 바람맞은 북어와 황토 빛 서해바다 그물망에 잡혀 자갈밭에 누웠던 빨간 새우와 물살 빠른 남해바다 헤엄치던 멸치가 다시마 이불 덮고 서로 엉긴다 석굴암..
머리카락에 파마약을 묻히고 선풍기처럼 빙빙 돌아가는 열판 밑에 무료하게 앉아 소리로 퍼즐 놀이를 한다 음악소리에 묻힌 드라이어 소리 바닥에 떨어진 머리칼을 쓸어 담는 빗질소리 찹쌀떡 한입에 구겨 넣고 우걱우걱 씹어대는 사내의 쩝쩝 소리 소리들 사이에서 의미가 들린다 사장..
이 빠진 대접에 거품을 듬뿍 묻히고 뽀드득 소리가 나도록 씻고 또 씻는다 뜨거운 인내로 일평생 귀한 대접 받다 이 하나 빠졌다고 밑바닥에 구멍 내고 마당으로 내쫓을 순 없잖은가? 상 위에 올린다고 호통치던 이 빠진 호랑이도 사라지고 거품으로 지워지지 않는 세월을 이 빠진 나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