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그가 날 기다리고 있을까? 집을 나서며 일말의 기대와 불안이 교차한다. 행여 기다리다 지쳐 가버리진 않았을까. 얼마 전 그가 나타났다는 소문을 들은 것도 같은데, 그게 언제였는지 아리송하다. 멀리서 그의 기척만 느끼고도 한 달음에 달려가던 때가 있었는데 그의 소식을 귀 ..
버스킹으로 유럽 여행을 하고싶다던 남자가 있었다. 늘 떠나고 싶은데, 주머니 사정은 여의치 않고 비행기삯만 구해지면 미련없이 떠날 거라고 했다. 주머니에 하모니카 하나만 넣고. 3월 하순치곤 좀 두껍다 싶은 옷을 입고 악보도 없이 벤치에 앉아 몇 시간째 기타를 퉁기는 저 남자도 ..
헐벗은 산 허리에 흰 빨래처럼 널려있던 매화도 시름시름 샛노란 위액처럼 봄을 토해내던 산수유도 지고 있는데 붉다 못해 검붉은 흑매, 저 혼자 절집을 지키고 있다. 이모부 문상 차 진주 갔다가 예정없이 구례 화엄사까지- 이모부, 고맙습니다. 긴 병에 효자 없다는데 그나마 고생 덜..
등대는 외로움과 자존심의 표상. 누군가에겐 길잡이가 되고 누군가에겐 희망이 되지만 정작 저 혼자는 너무도 쓸쓸한 존재. 국토 최남단 마라도 등대부터 서쪽 끝 격렬비도 등대, 동쪽 끝 독도등대까지 이 땅의 모든 등대를 찾아다니고 있는 작가를 만났다. 정처없이 쏘다니는 여행보다 ..
마른 낙엽 사이를 비집고 나온 갸륵한 생명들 나 여기 있어요, 나 여기 있어요! 존재는 꽃으로 향기로 자신을 알리지만 눈여겨 보지 않으면 아무도 볼 수 없다. 너도 바람꽃이야? 너 까짓게? 아마도 그런 연유로 이름을 얻었을 '너도바람꽃' 귀한 청노루귀도 숲 속 여기저기- 꽃귀신 씌인 ..
삼막사는 못 가도 염불암은 가보라길래 찻길을 둘러 둘러 염불암을 찾았다. 급경사 절개지에 한층 한층 올라갈 때마다 풍광이 달라지는 모습 헐벗은 계절이지만 꽉 찬 느낌이랄까. 삼성산에서 관악산으로 이어지는 등산로가 수도권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데- 스카이라인을..
정교한 석탑보다 투박한 돌부처에 어쩐지 마음이 간다. 역사 깊은 유적도 좋지만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 진실해 보여서 - 남서울의 수찰(首刹)이자 서울 주변의 4대 명찰 중 하나인 삼막사. 늘어진 소나무 아래 삼층석탑이 인상깊었던- 차가 없었더라면 어쩔 뻔했나. 주차하고도 산길로 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