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림 시인의 “갈대”를 읽고, 오늘 밤, 찬 기운이 방문 유리막으로 굴절되어 스며들고 있다. 오늘도 신경림의 누렇게 바랜 옛 시집을 펼쳐 든다. 1974년판이다 그때, 대학시절.... 절절했던 그 때를 찬 기운에 기리며 지금은 없어진 "창작과 비평사"의 창비시선의 하나이다. 우리 집 과천 ..
나는 내 인생에 있어 온 갖가지 주요한 일과 기억에 남을 듯한 여러 해프닝에 대하여 거의 기억을 잃은 채로, 내에겐 과거가 없어 하듯이 과거를 잊고 산다. 기억에 남는 일 이라고는 아주 몇가지 정도의 어릴 적의 배고픔의 고통과 시골 친구와의 소소한 기억들을 희미하게 윤곽 정도만..
봄비가 하늘 가운데 뚜렷한 선을 위와 아래로 긋고 뿌연 안개에 상채기를 내듯이 내린다. 앞산의 산등성이에 연초록으로 뭉실 올라드는 봄의 기운에 더 뚜렷한 땅의 기운을 돋구어 초목이 움찔거리며 뭉태기로 함께 커가는 것이 보일 정도로 비 오는 봄날은 역동적이다. 봄비는 그 소리..
괴물이 화제다. 어느 여류시인이 괴물을 시로 읊었고, 그 파장이 문학사회를 파르르 떨게할 듯 했다. 허구(虛構)가 없다면, 떠돌아 다니는 유랑가객이 없다면 시 나부렁이도, 연극 나부렁이도 재미난 일이 하나도 없을진즉 극단의 우두머리가, 상쇠가 함께 마음 속을 트고 육감적으로 발..
3월의 아침 이슬비는 참 부드럽고, 정감스럽다. 더욱 따스한 온기가 남아있는 뿌연 아침 안개와 함께 하기 때문일게다. 창 밖 앞산의 길게 누운 능선자락에 빡빡한 스포츠 머리를 한 것처럼 나목들이 빼곡하게 줄 서 있는 모습이 회색빛 하늘에 투영되어 고요함을 더욱 고조시키고 있다. ..
봄이 좀 신경질 부리듯이 비 바람을 뿌리며 다가선다. 지난 3월1일은 93세 어머니의 생신이었다. 70대와 60대의 아들과 며느리들, 그리고 30-40대의 손주와 열살 아래의 일곱 증손주들이 함께, 김포 신도시의 한켠 불고기 체인점에서 있었다. 60-70대의 자식들의 모습도 엄니 자신의 모습과도 ..
아주 오랜만에 내 블로그를 열었다. 마텐사장과 그의 큰 아들인 마우릿이 함께 왔다. 마텐은 일년이 흘쩍 넘어서 한국에 왔고, 꼭 오겠다는 강력한 희망으로 암투병중인 가운데 한국을 찾았다. 투병의 흔적들을 지울 수는 없지만, 일에 대한 열정은 예전 그대로 이고, 더욱 투병의 가운데 ..
불행이란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가? 불행이란 것이 인간 본성에 과연 어떻게 존재하는가? 불행이란 것을 마음으로만 스스로 생각해 내고 있는 것은 아닌가? 불행의 시초는 어떤 모양으로 인간에게 다가 와 있는가? 만약 원시인에게는 불행이 존재했겠는가? 불행이라는 것, 어떻..
유월 초 어느 토요일 아침, 아주 잔잔한 바람과 함께 투명한 햇살이 하얀 구름떼를 몰고 남쪽으로 흘러간다. 한결같은 청록색의 우면산 나무 능선을 따라 간혹 연녹색의 가여운 어린나무 줄기들이 색의 엄중스런 적막 속에 작은 꿈틀림으로 살아 있음을 알려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아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