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1. 29. pm 12:29 "인생이란 건 말이지, 백화점에 있는 에스컬레이터나 매한가지야. 너는 제 자리에 멈춰 서 있어도 어느 틈엔가 저 앞으로 나가 있지. 그 위에 첫발을 디딘 순간부터 흘러가는 거야. 도착하는 곳은 이미 정해져 있지. 제 멋대로 그곳으로 향해 간다 이거야. 하지만 사람들은..
2018. 9. 27. pm 3:57 Kyoto 늘 푸르다는 것 하나로 내게서 대쪽같은 선비의 풍모를 읽고 가지만 내 몸 가득 칸칸이 들어찬 어둠 속에 터질 듯한 공허와 회의를 아는가 고백컨대 나는 참새 한 마리의 무게로도 휘청댄다 흰 눈 속에서도 하늘 찌르는 기개를 운운하지만 바람이라도 거세게 불라치..
2018. 11. 22. am 7:57 간지럼은 간지르다 또는 간질이다라는 말이 의미하는 몸짓에 이어지는 느낌으로 간지럽다라는 말과 이웃이다. 함부로 생각하면 간지럼은 몸에 일어나는 반응으로 보인다. 우리 살갗의 어떤 곳을 한동안 아프지 않을 정도로 건드리면 이 느낌이 오는데 이어지는 몸짓은 ..
2018. 11. 22. pm 2:26 서울 하늘공원 건너편 풀이 더 푸른 이유가 그곳에 늘 비가 오기 때문이라면, 언제나 나눠 주는 사람이 사실은 가진 것이 거의 없는 사람이라면, 가장 환한 미소를 짓는 사람이 눈물 젖은 베개를 가지고 있고 당신이 아는 가장 용감한 사람이 사실은 두려움으로 마비된 사..
2018.12.08. pm12:28 그들은 <서정시>라는 파일 속에 그를 가두었다 서정시마저 불온한 것으로 믿으려 했기에 파일에는 가령 이런 것들이 들어 있었을 것이다 머리카락 한줌 손톱 몇조각 한쪽 귀퉁이가 해진 손수건 체크무늬 재킷 한벌 낡은 가죽 가방과 몇 권의 책 스푼과 포크 고치다 만 ..
2018.12.08. pm 12:38 들어오세요, 당신의 슬픔을 Treten Sie ein, legen Sie ihre 내려놓으세요, 여기서 traurugkeit ab, hier 당신은 침묵할 수 있습니다. duerfen Sie schweigen .. 라이너 쿤체 詩 ..
2018. 9. 16. pm 5:21 제주 하도리 두 사람이 노를 젓는다. 한 척의 배를. 한 사람은 별을 알고 한 사람은 폭풍을 안다. 한 사람은 별을 통과해 배를 안내하고 한 사람은 폭풍을 통과해 배를 안내한다. 마침내 끝에 이르렀을 때 기억 속 바다는 언제나 파란색이리라. .. 라이너 쿤체 詩 .. ... <시..
2018. 11. 14. pm 4:41 어떤 것을 볼 때 정말로 그것을 알고자 한다면 오랫동안 바라봐야 한다. 초록을 바라보면서 ‘숲의 봄을 보았다’고 말하는 것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자신이 보고 있는 그것이 되지 않으면 안 된다. 땅 위를 기어가는 검은 줄기와 꽁지깃 같은 양치식물의 잎이 되어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