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것에 관하여 그것이 밤마다 찾아오는 것은 태초의 약속 때문일 것이다 어느 밤에는 명치를 콕, 콕 찌르며 전 생애를 소리 없이 훑고 가기도 하는 내가 모르는 삶은 이미 끝났다던가! 시작이라던가? 나아감과 멈춤이 일치하지 않았으며 어둠속의 그것은 왜 더 단단하고 무서운지 봄밤..
*나락과 피의 이야기 생전에 아버지는 말씀하셨다 야야! 이건 푸리다 아니다 요로케 생긴거이 나락이다 나락하고 피는 얼릉 보고서는 구분하기 힘들끼라 그랑께 느그 아부지 말은 요로케 생긴 것은 피랑께 고것이 말여 요로케 생긴 것은 나락이란 말이다 고거제 야야! 피 뽑다 무신 생각..
* 파란 나팔꽃 장맛비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산골의 밤을 하얗게 휘감아 돌면 오랜 윤회쪽으로 별들이 일제히 귀 열어 아침으로 건너오는 동안 어둠의 목소리가 내 눈을 할퀸다 세상은 늘 새로운 소식을 머릿 속에 집어 넣으려하지만 흔들리지 않고 가지런히 모아 놓은 그리움 있어 지그..
(섬진강에서 찰~칵 ) * 봄의 기억 먼 훗날 다시 봄이 오면 그렇게도 하염없는 매화 꽃잎들이 눈발처럼 날리는 나의 뒤란에서 깨진 사금파리 몇 조각 또 주어다 줄 거야 한 살림 차려 놓은 담벼락 아래 쪼글치고 앉아 사금파리 밥그릇에 꽃밥 고봉으로 담아 올리며 돌나물 반찬 밖에 없다고 ..
*겨울의 말 나뭇가지에 맺힌 눈꽃 무거워진다 그 무게에 가지가 땅으로 휘어지면 거칠었던 겨울의 말이 겸허해지고 온돌방은 겸허해진 겨울의 말을 품에 안으며 그윽하게 깊어진다 절정을 치달았던 우리의 삶도 서서히 익어가듯 먼 훗날 다시 봄이 오면 인연이 만든 윤회 속으로 시간이 ..
* 당신은 그리움 행 기차를 타 보셨나요 참 많이도 기다렸어요, 마음 펼쳐 보여 주지도 못하고 소리 내지 못하고 꺽꺽 참으며 안으로 울던 밤을 뛰어 넘어 새벽을 맞이하면, 눈물보다 그리움이 아파 이래서는 안되겠다고 그리움 찾아 내달은 기차역에서 바라본 목적지 그 어떤 곳에도 그..
(우리 집 마당, 텃밭에 물 주는 물 호스) * 술 취 한 날 우리 집 골목을 들어 설 때 차에서 내려 골목으로 들어서자 갑자기 소나기가 번갯불에 콩 구워먹듯 정수리를 내리친다 하루치의 마지막 숨을 몰아쉬듯 소나기가 해바라기 이파리를 사정없이 후들기는 따끔한 여름의 저녁 무렵 하루 ..
( 올 봄, 묵정밭에서 찍은 사진) * 물싸리꽃 묵정밭 가장자리에 터를 잡은 지 이미 오래 실뿌리들이 나란히 전진해야 하는 수고로움 앞에 부딪히는 돌멩이, 그때마다 에둘러 가야 하는 민초들 같이 아파할 겨를도 없이 피워낸 웃음꽃이 환하다 옛사람들의 발자국이 오늘을 앞 서 갔기에 묵..
* 그 나무 아래 고향의 그 나무 아래 칠월의 짙은 향내 마을 가득 흩어지면 가슴 속 깊이 쌓인 그리움의 눈물 사방으로 튕겨나간다 그도 그럴 것이 암흑이 걷히는 신 새벽 참새들의 덧없는 속살거림도 하늘 끝 팔랑대던 이파리도 먼 곳을 향해 발돋움 하는 그곳의 숨어 피는 그리움이었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