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나는 모가지가 길다 노루나 사슴처럼 모가지가 길다 철없던 어린 나이부터 객지로 떠돌면서 보랏빛 동경과 군청색 그리움에 물들어 모가지가 늘어난 까닭 일 것이다 어린 시절의 어머니는 무작정 그리움이다 아버지의 그리움이 고향 뒷산이나 마당가 우물이라면 어머니에 대한 ..
알아들으려하면 들린다 /치매 우리 집 큰 양반 뜬금없이 온양 고향집 무너져 내리는 뒷담 걱정을 하시다가 서울 남산 안중근의사 동상 밑에 앉아계시다가 폐교된 삼서초등학교 뒷길을 돌아 증조부 산소에 잡초를 뽑으시다가 절룩절룩 걸으시며 가파른 아현동 교회를 한 바퀴 돌다 들어..
벚꽃 내가 너를 달갑지 않게 생각하는 이유는 수백만의 꽃망울로 구름처럼 피어나는 네가 예쁘지 않아서가 아니다 구질구질 질척이지 않고 꽃비로 쏟아져 흔적 없이 사라지는 너의 아쌀함이 싫어서 더욱 아니다 그렇다고 일본국화 어쩌구 하는 시기심 절대 아니다 단지 단지 벚꽃 네가 ..
다랭채 논 느마지기 손톱만한 청개구리 가족들과 착한 물뱀이 함께 살았지 우렁이 가족들과 백로들이 어울려 살았지 왕거미 거미줄 치는 저녁나절엔 맥곱 모자 구부정한 내 아버지 사셨지 이슬 밭 논두렁에 실핏줄 같은 가늘고 긴 길을 내시고 안개처럼 사셨지 어린 새끼들 양식이라고 ..
진달래 지지배 연분홍 치마꼬린 왜 흔드는 겨 여물대로 여문 탱탱한 젖꼭지 살짝 피워버리면 밤 새워 우는 저 두견이는 워쩌라고 지지배 연분홍 맑은 볼에 눈웃음은 왜 치는 겨 미치도록 타오르는 장미도 아닌 것이 우리 순이 가슴에 꽃불은 왜 지펴 두견이 상사병 니가 책임져 우리 순이..
영인산 영인산 참, 좋다 알을 품은 어미 새 둥지처럼 은밀하고 포근하다. 영인산은 봄나물이고 수다스런 새댁이다. 여름 한 낮 잠시 낮잠을 주무시는 어머니이고 건방진 여자 친구의 미소이다. 가을들녘의 품 넓은 아버지이다. 왁자지껄 팔씨름을 하는 청년들이다. 겨울밤 독서삼매경에 ..
풍경이 된 내 어머니 한 아낙 활처럼 굽어 밭고랑에 업드려있다 굳이 신발 같은 것은 필요가 없다는 듯 맨발이다 만 발도 더 되는 밭두둑을 오리걸음으로 어르고 달래며 엉덩이로 써레질을 하듯 다듬어 나아간다 햇빛에 그을린 주름 깊은 얼굴 밭고랑처럼 쪼글거린다 반질반질 길이 난 ..
불초의 소원 여든 일곱 되시어 설날 떡국 잘 드시고 세배 잘 받으시고 손자 손녀 녀석들에게 세뱃돈까지 잘 챙겨주시고는 병원에 입원해 사경을 헤매시는 우리 아버지 세상기억 다 잊으셨으니 모른다하시면 되실 일이고 말귀 어두우니 남들 웃으면 따라 웃으시면 되실 일이고 드시고 싶..
그 분은 왕(王)이셨다 나뭇짐으로 식구들을 먹여 살리시고 마른 물꼬에 앉아 밤을 새워 고레박질로 마냥모를 심던 가난한 농부가 아니시고 일 년이면 남들보다 두 번 세 번 더 논밭을 갈아 두 배 세 배 소출을 내시던, 마차를 끌어 탯가로 자식들의 주린 배를 채워주던 가엽은 농군이 아니..
어머니, 1 어머니 부르는 것만으로도 눈물이 나는 이름 이십니다 세월이 세월을 건너 올해로 구십이 되셨습니다 구십이 되도록 가지 많은 나무 바람 잘 날 없었던 것은 잘 아는 일이지요 열여섯에 충청도 연기군 청송면 대자리에서 충청도 아산군 염티면 염성리 “김 광배”에게 시집 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