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단기 앞에 서면 텅 빈 가슴속에서 기적 소리 들린다 저무는 노래들 바람에 휩싸여 레일위로 눕고 빛인 듯 바람인 듯 흘러가는 철길을 멍하니 바라볼 뿐 눈을 감으면 장자의 껍질을 깨고 나와 날갯짓 하는 나비들 까마득 하늘을 뒤덮는데 거친 매듭을 닮은 나비 떼들 속에서 허둥대는 사..
여기는 대한민국, 서울, 잠실 서른 아홉 푸르른 나이에 나는 이곳으로 흘러들어왔네 창공을 높이 날다 지치면 나무가지에 앉아 시간을 보냈던 곳. 이곳은 아주 오래전, 강이 가까이 흐르고, 그 강물이 들어왔다 때로는 호수를 만들고 흙으로 土城을 쌓고 수렵을 하며 사람들이 모여 살게 ..
그들은 작별의 의미를 그때까지 모르고 있었다 돌연 한 마리가 앉아있던 가지를 박차고 날아 갈때까지. 너무 순식간의 일이었다 왜 였을까?... 왜 그는 우리곁을 떠났을까?... 구름낀 하늘엔 날아가며 떨군 깃털 하나가 허공을 맴돌며 내려오고 있을 뿐이다 - Photo :: Chris Yoon (올림픽 공원에..
새들도 슬픔이 있을까?... 하늘에 뿌려놓은 새의 발자국. 오래도록 잊지 못하는 사람 있어 안개꽃 다발을 흔든다. 지겹도록 떨어지는 링거 한 방울, 병실엔 침묵이 바깥엔 채 이별이 도착하지 않았다. 아침녘에 꺼내놓은 시리고 찬 이름 하나, 보낼까 말까 망설이는 편지의 모서리가 주머..
며칠째 새가 와서 한참을 울다 간다 허구한 날 새들이 우는 소리가 아니다 해가 저물고 있어서도 아니다 한참을 아프게 쏟아놓고 가는 울음 멎게 술 한 잔 부어줄걸 그랬나, 발이 젖어 오래도 멀리도 날지 못하는 새야 지난날 지껄이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술을 담근다 두 달 세 달 앞으로 ..
불길한 음악이 스며든 문장에서 비가 흘러내린다 느린 리듬을 물고 철새들이 저녁을 이탈한다 빗속에서 겨울이 쓸쓸한 등을 보인다 등이란 온갖 진실의 피난처다 저렇듯 멀어져가는 등은 슬픈 제목이 달린 풍경이다 새의 이름을 하나씩 발음할 때마다 허공이 생겨나고 자란다 낯설지 않..
멀리서 오는 것들은 소리를 품고 있다 떠났던 계절이 돌아오는 플랫홈에 기차가 도착할 때도 소리가 먼저 달려온다 바람이 동사가 되는 시간 허공을 떠돌던 구름은 빗소리가 되어 스민다 새들은 입안 가득 음절들을 물고 와 숲속에 펼쳐놓는다 나무들은 그 소리를 들으려 몸을 기울인다 ..
어느 하늘을 날던 새의 날개일까요 유리창에 낀 성에 속에 얼어 붙어 있습니다 창틀의 침묵은 얼마나 견고한지요 저도 저 창틀처럼 견뎌왔습니다 당신의 이름을 써 보았습니다 잠시 문자의 흔적을 지니더니 이내 구불구불한 획으로 흘러내립니다 창문 저쪽으로 서서히 어두워지는 저녁..
밤에만 날아다니는 새가 있다 내가 잠을 이루지 못하는 것은 바로 그 새 때문이다 저벅 저벅 걷다가 때론 울다가 훌쩍 날아다니기도 한다 비밀을 하나씩 들킬 때마다 새의 날개는 점점 견고해진다 기억나지 않는 기억 사이를 이미 지나간 내일과 아직 오지 않은 어제 사이를 날아다닌다 ..
나는 그 새 이름을 알지 못한다 깃털만 만져도 가슴에 상처 하나씩 갖게 된다는 그 새는 내 입 안 깊은 동굴 속에 살고 있었다 무심코 입을 벌리자 기어이 입 밖으로 빠져 나왔다 새가 빠져나간 자리, 허공이 자꾸 아팠다 햇빛의 온기가 남아있는 돌 위에서 새는 아까부터 연한 과거를 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