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목련꽃 피는 아침 김 익 택 가지 끝을 훑고 가는 찬바람 회초리같이 매서운데 도톰한 몽우리는 서둘러 아픈 소녀 젖몽아리 간간이 부는 바람에 가지가 찢어질 듯 휘청거리다 마침내 터뜨린 꽃망울 소리 없이 외치는 빛 그런 환희 더 없다 목련꽃 피는 날 걷고 싶다 김 익 택 목련꽃 피는..
봄날 화포천 아침 김 익 택 무척산 붉은 태양이 어두움을 걷고 방문을 열면 고운 새 아가씨 알몸 감싸듯 연초록 버들잎에 스며드는 물안개가 아~ 너무 고혹적이어서 사실이 거짓 같아 소름이 돋고 현실이 환영 같아 말문이 막힌다 이순간 내가 아닌 누가 보지 못해 안타까워 안달하는 내..
화포천 춘삼월은 김 익 택 연 초록 능수버들 잎 피고 벚꽃이 만개하는 춘삼월 말 화포천은 꿈속 아니면 영화에서 볼 수 있는 환상의 풍경을 만날 수 있지 넓은 늪 위에 뽀얀 물 안개 솜이불같이 떠 있고 붉은 태양 춤추는 곳에 하얀 백로 수면 위에 미끄러지듯 앉으면 반갑다고 인사하는 ..
지금 화포천은 김 익 택 그 옛날 나룻배로 발발이 실어 나르던 삼배 짐은 흔적 없고 갈비뼈만 앙상한 임자 없는 고깃배 한 척 갈대 숲 우거진 강가 목메고 있다 바람이 게으른가 물길이 게으른가 힘 없이 늘어진 수양버들 물가에 잇대어 졸고 있고 족보도 알 수 없는 베스 물구나무 물질을..
홀리하이 축제 김 익택 노랑 빨강 파랑 분말을 내가 너에게 네가 나에게 얼굴에 발라주고 온몸에 뿌려주는 인도 홀리하이 축제는 어린아이들 흑장난같이 색의 난장판이다 해맑은 얼굴에 바르고 문지르고 흩뿌리고 던지다 보니 모두 엉망진창 많이 망가지는 만큼 축복 주고 행복 받는 모..
화포천의 영혼 김 익 택 지난 겨울 땅속 물속에서 살아도 죽음같이 숨죽이고 살았던 화포천 생명들 땅거미 가시 않는 봄날 이른 아침 아무도 모르게 뭍에서 숲에서 물에서 소리 없이 피는 물안개를 타고 뭍으로 걸어 나와 동트기 전 풀잎을 쓰다듬고 나무를 쓰다듬고 마지막 한방울 빛을 ..
고향의 봄 울다 김 익 택 임자 없는 묘지에 할미꽃은 정든 땅 잊지 않고 해마다 피는데 강남 같던 제비는 전세 살집이 없어 돌아오지 않네 어미를 기다리는 아이는 배가 고파 하얀 찔레꽃을 꺾어 먹고 우물가 앵두는 휘파람새 따라 도시로 떠나고 진달래 나풀거리면 나무를 지고 오던 뻐..
아이야 시련은 삶의 시작이다 김 익 택 아이야 그러니까 태어날 때부터 가난한 사람 부유한 사람 왕자 거지 모두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삶은 굴곡도 있고 고통도 있고 눈물도 있단다 살다 보면 사람에게 좌절하고 사회에 좌절하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좌절하고 전쟁 빈곤 기아 죄 없는 죽..
산수유 너는 김 익 택 연약한 가지마다 노란빛을 발하는 저 꽃의 비밀은 사랑이 아픈 나머지 염원이 농축된 눈물일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실 바람밖에 불지 않는 화창한 봄날에 감격해서 흐르는 눈물같이 가슴 아리도록 아름다울까 다시 4월이 오면 김 익 택 매화 진자리에 벚꽃피고 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