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추 선 이들에겐 기어가는 것들이 우스웠을 게야 곶 추세운 등뼈에 휘둘러 대는 두 팔 연민은 나약함이라고 인류의 희망은 날개를 다는 것 마구 휘두르면서도 새가 되길 바랬지 촉새가 되고 또 대붕이 되고 빳빳하게 다림질한 옷들이 구겨지듯 후줄근해지는 걸 느끼는 날 꽃꽂이..
영오선인과 보낸 이틀이 정진의 삶 전체를 흔들어 놓았다. 정진이 보낸 사십오년의 모든 삶들은 허구였다. 그동안 그를 따라 다니던 모든 것들은 다 이미 지나간 과거였던 것이고 그 과거에 끄달려 괴로워했던 것들이었다. 그렇고 다정하고 고왔던 아내의 모습이 변해가던 시간들..
몸을 파고드는 한기! 눈을 뜨고 둘러보니 어둠이 걷혀가는 새벽인가 보다. 비죽이 열린 문밖으론 파란 빛이 스며들고 아직은 겨울을 벗어나지 못한 듯 한기가 엄습한다. 바닥에는 미지근한 온기가 있었지만 열린 문으로 들어온 한기를 이길수는 없었다. 정신을 차리려 애써보아도..
이별. 보리/김창현 바람 한줌 품어안고 나선길이 너무 추워요 여리디 여리게 누운 햇살 그대 머문 창가에도 찾아 들었는가요? 홀로 앉은 찻잔에 피어 오를 그대와 나의 추억 햇살 한스푼 바람 한스푼 휘휘저어 내게도 보내시구려! 길 위에선 내 가슴 시리답니다. 그대 떠나 가는 ..
보리/김창현 산으로 들어가면 멋대로이다. 돌들은 나뒹굴고 나무들도 제멋대로 산 짐승들도 길이 없는듯 튀어다닌다. 세상도 어지럽다. 정치는 당리만을 쫓고 노사의 골은 깊게 패였다. 약자들은 길 위에서 폐기되고 있다. 저마다 집단의 이익을 위해 수렁으로 걸어 들어간다. 산..
보리/김창현 옷들도 가지가지 신발도 가지가지 모든 것이 가지가지 나 어린 시절 새로 사주신 검정 고무신 닳을까 봐 양손에 들고 다녔지 사계절용 청바지 한벌 신발도 단 한 켤레 모든 것이 부족했지 등산화 없다고 산에 못 간다는 녀석 세상이 변해도 참 많이 변했다. 생각도 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