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을 따라 길을 걸었다 소식들이 날아와 등을 밀어주었다 산벚꽃잎 볼에 붙어 함께 걸었다 새들은 골짜기에서 소리를 퍼 올렸고 새 이파리들은 소곤거렸다 산길을 따라 걷다 마주오는 사람과 몸을 부딪혔다 그이도 봄을 생각하며 걸어왔을까 내가 떨어뜨린 시집은 사랑이었다 < 2019, 4,..
사월 첫째주 토요일입니다. 남녘으로부터 물밀듯이 올라온 봄의 화신은 산을 넘고 강을 건너 드디어 서울을 수복하는 모양샙니다. 뽀얗게 변하는 산야는 아기들 솜털처럼 부드럽게 출렁거리고, 길가의 꽃들은 기지개를 켜듯 봉우리가 터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통과 의례가 되다싶은 황..
그때는 바닷물이 멀찍이 놀러나간터라 채석강 세월의 바윗돌은 본래의 찰기가 자르르한 검정색과 회백색으로 탈바꿈한 뒤였다. 수천년 물에 씻긴 바닥의 돌들은 그랬다. 마침 수평선 너머로 가라앉는 태양의 빛을 받아 석양이 비추는 각도에 따라 색상은 오묘한 빛을 발한다. 미쳐 빠져 ..
간밤에 책을 읽다가 코끝에 걸친 돋보기를 툭 떨어뜨리면서 사람이 나이를 들면 다 늙는 것이구나 하는 만고의 진리를 새삼 느낀다. 근래에 들어 눈이 침침하고 시야가 흐려 보여 다분히 황사 영향인가하고 치부하던 차제였는데 그 이유만은 아닌게 분명하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한쪽눈..
화성 바이오 밸리는 시간이 잠이 든 밤에도 생명의 바이오 리듬은 쉼없이 오르락 내리락 스리슬쩍 묻어가는 싸인 곡선입니다 서해 바다로부터 화성호를 타고 들어오는 바람은 봄 인양 한결 따스합니다 지난 밤 순정화학 향수 제조라인에 살금 살금 실금이 생겨 작업하는 모든 사람들이 ..
꼬막이 제철이라고 억겁의 뼈로된 꼬막 한자루 집으로 왔다 달그락 자그락거리면서 뽀얀 속살은 단단한 뼈 속에서 웃었다 바다의 고통을 마셔 본 적이 있는가 폭양의 햇빛 아래 숨죽여 입 마른 적이 있는가 뻘 속에 숨어 들어 이름이 불리워 줄때까지 인내하고 있었는가 억만년 껍질에 ..
나의 고집스런 기차는 화부가 연발 퍼 집아넣어 화탄으로 달리는 그런 기차는 아니야 최첨단 컴퓨터 시스템으로 달리는 기차란다 결코 풍경에 흔들리지 않고 직진으로만 날아가는 소리내어 울지도 않고 바람 손짓에도 아랑곳 하지 않아 그렇지 내가 달리는 기차는 정해진 길로만 달려가..
지난 봄 악양에서 바닐라 아이스크림 같은 백목련 이파리 한스푼 두스푼 떠 먹여주고 하얀 팝콘 펑펑 터져 기세가 뻑뻑하던 날 햇살을 받아 은빛으로 빛나던 백모래 등허리를 올라타고 재잘거리던 새들의 모임은 봄 마중 연석회의였습니다 거슬러 오르는 섬진의 강줄기는 예뻤습니다 숨..
삼일째 술에 쩔어 돌아 다니는 친구 물 한잔에 술을 먹는다 나야 아무렇지도 않지만 이런 저녁은 내겐 느낌이 없어 신식 후라이 팬에 구워진 삼겹살 인스턴트 완제품인 고추 만두 그야말로 화려한 식탁 너는 무엇이 부족하니 나는 진수성찬인데 맑고 영롱한 이슬이 못내 아쉬운 저녁 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