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리카 피셔-리히테의 Ästhetik des Performativen - 이 책의 이론적 공헌은 퍼포먼스 뿐 아니라 다른 작업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 무엇보다 이 책은 우리가 어떤 퍼포먼스나 작품을 의미론화해서 바라보기 이전에 일어나는, 물질성과의 직접적 만남의 계기를 강조한다. 아브라모비치의 퍼포먼..
왜 예술가는 가난해야 할까. 한스 애빙. 이 책의 원제는 ‘왜 예술가는 가난할까? why are artists poor?’ 이다. 이 질문에 대한 저자의 대답은 간단하다. 예술가는 지나치리만치 과잉공급 되어있다. 그건 예술과 예술세계에 관한 신화들 때문이다. 예술은 신성하고, 예술은 공공의 이익에 기여..
연세대대학원 신문 204에 실린 글 “우리를 왜 죽였나요?”에서 한보희는 세월호 참사가 우리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준 이유를 이렇게 이야기한다. “‘살려주세요!’라는 비명, 인간의 마지막 몸부림이 아무렇지도 않게 외면되는 장면을, 그것도 다름 아닌 국가와 정부, 기업처럼 우리 생..
세월호 사건은, 또한 우리 사회에서 예술과 사회의 관계에 대한 잘 드러나지 않던 중요한 쟁점들 몇 가지를 가시화시켰다. 그것은 ‘예술은 무엇을 해서는 안되는가’라는 질문으로 수렴될 수 있다. 첫째, 적지 않은 수의 공연이나 음악 페스티벌이 취소되거나 연기되었다. 이런 행사들..
오늘날 노동의 영역은 노동하지 않는 여가 혹은 ‘일하지 않는 시간’을 남겨놓지 않을 정도로 삶의 시간 전체로 확장되었다. 의미있는 삶의 에너지이건, 새로운 삶의 가능성을 꿈꾸는 시간이건, 어쨌든 그러한 가능한 영역을 그 ‘노동의 바깥’에, 예를들어 “자유로운 생활, 일하지 ..
우리는 매일 일상적으로 다른 사람들과 소통을 하고 있지만, 생각해보면 사람들 사이의 소통이 이루어지고, 또 그에 근거해 사회 시스템이 움직여가고 있다는 것은 실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왜냐하면, 도대체 소통이 작동한다는 것 자체는 원리적으로 힘든 일이기 때문이다. 니클..
Wendy Brown 교수의 글 Wir sind jetzt alle Demokraten...을 읽었다. ‘민주주의의 위기’를 우려하든, 혹은 ‘민주주의의 공허함’을 외치든 모두가 공유하고 있는 현실인식이 무엇이었는지를 명확하게 알려준 멋진 글이다. 민주주의 Demos + Kratie, 곧 ‘민중의 지배’라고 하는 민주주의의 개념은, ..
푸리에는 ‘유토피아’를 꿈꾼다. 당대 부르주아 계급 출신의 이 진지한 지식인은, 자신이 살고 있는 사회가 높은 기술과 문명의 단계에 도달했다는 사실에 자족하지 않는다. 그는 현재 인류가 도달한 문명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곤, 노동착취, 만연한 사기협잡, 도적질, 상업독점, ..
황현상 선생의 책 <밤이 선생이다> 중 “국립박물관의 고려청자 전시실에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한 무리의 중학생과 인솔 교사가 들어왔다. 그때 나는 놀라운 말을 들었다. ‘이 도자기들은 고려의 도공들이 억압 속에서 노예적으로 만든 것이기 때문에 아무 가치가 없으며, 차라..
권위가 있거나 ‘유명한’ 미술관의 전시에 가면 느껴지는 어떤 불편함이 있다. 그것은 작품이 전시되는 장소로서의 미술관과 관련된 사람들이 모이는 장소로서의 미술관의 두 가지 서로 다른 성격으로부터 나온다. 미술관은 ‘작품’이 있는 장소다. 작품은 ‘작품’으로서 말한다, 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