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방
차와 음악 그리고 사색이 머무는 아늑한 쉼터입니다. 자주 들려주세요.

殺風戀風 (14)

인연의 강가에서 | 殺風戀風
여강 최재효 2010.10.17 00:08
그렇군요~ 인연의 길이가 그렇게도 길어야 인연이던가요?
저도 갈대가 되려합니다. 무쇠처럼 흔들리지도 부러지지도 않는 단단한 갈대가 아니더라도
님 그리워 한 움큼의 바람에도 휘둘리지만 견디어 내는 갈대.
가을 탓일까요? 여강님 시심이 슬픔으로 가득합니다.
소금처럼 하이얀 아기 갈대들이 천년을 견뎌 무쇠가 된 어미 갈대를 떠나 행여 가라앉을까 울지도 못하고 너울너울 날아옵니다. 야무진 것들은 시멘트 보도 블럭 틈에서도, 알루미늄 창틀 속에서도 어미보다 더 단단한 무쇠몸을 갖고 다시 태어난다는데, 행여 삶의 비듬으로 가려운 내 머리카락 속에 둥지를 튼다면 어찌 또 천년을 견뎌 눈꽃 피우지 않을 수 있을까요. 긴 강을 건너 눈물을 뿌리며 탈수된 솜같이 가벼운 몸으로 한 눈 팔지 않고 내게로 오는 긴 행렬을 오늘은 그냥 길게 지켜봅니다.
인연보다 더한 숙연이기에
결코 흔들리지 않은 갈대가 되었다가
어느 날, 임께서 오실 때
비로소 차디찬 눈꽃을 바람에 날리리라
차디찬 얼음꽃 바람에 날아간 자리에
한송이 붉은 꽃 피워내리라...
등록
텍스티콘 텍스티콘

'殺風戀風'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