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썹잠 -치매행致梅行 · 393 洪 海 里 새벽 두 시 기저귀 갈아주려 불을 켰더니 아내는 혼자서 웃고 있었다 벙글벙글 어둠 속에서 벌써부터 웃고 있었다 "왜 안 자고 있었어?" 그래도 아내는 벙글거리며 웃었다 소리 없는 웃음이었다 아내의 나라는 어떤 곳일까 말을 잊은 세상은 어떤 나..
제248회 우이시낭송회 (2009. 2. 28. / 도봉도서관) <시화> 가을 들녘에 서서 * 소순희 화백 그림 <홍해리 시인/Oil on Canvas/40.9x31.8cm> 가을 들녘에서서 洪 海 里 눈멀면 아름답지 않는 것 없고 귀먹으면 황홀치 않는 소리 있으랴 마음 버리면 모든 것이 가득하니 다 주어 버리고 텅 빈 들..
<표4의 글> ■ 시인의 말 ■ 첫 시집『투망도投網圖』를 낸 것이 1969년이었다. 그 후 50년이란 세월이 물같이 흘러 바람처럼 사라져 버렸다. 그간 허섭스레기만 끼적대며 한 권씩 묶은 것이 20권을 넘어섰다. 적지 않은 양이지만 수적으로나 양적으로나 양에 차지 않아 나는 여전히 배..
차례(가나다순) <들머리에> 명창정궤明窓淨几의 시를 위하여 가을 들녘에 서서 가을 엽서 감자 개망초꽃 추억 개화 갯벌 겨울아침의주차장에서 계영배 그녀가 보고 싶다 그리움을 위하여 금강초롱 김치, 찍다 까치와 권총 꽃 꽃나무 아래 서면 눈물나는 사랑아 꿈꾸는 아이들 난蘭과 ..
<끝머리에> 고운야학孤雲野鶴의 시를 위하여 나에게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누구인가? 시에 대하여, 시인에 대해 내가 나에게 다시 한 번 묻는다. 꽃을 들여다보니 내가 자꾸 꽃에게 길들여지고 있다 꽃을 봐도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가장 아름답고 감미로운 꽃의 노래는 들..
홍해리 시선집『洪海里는 어디 있는가』 <들머리에> 명창정궤明窓淨几의 시를 위하여 시는 무엇이고, 시인은 누구인가? 이제까지 시와 함께 살아오면서 느끼고 생각한 것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시 쓰는 일은 육체가 행하는 것처럼 영혼이 숨쉬고 먹고 마시고 배설하는 행위이다 어떤 ..
우중관매雨中觀梅 洪 海 里 1960년 4월 19일 탕탕탕! 꽃잎이 하얗게 지고 있었다 후둑후둑 속수무책 떨어지고 있었다 2019년 3월 30일 국립4·19민주묘지 매화꽃은 푸를 듯 희게 피었는데 비가 오다 우박이 쏟아지다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그날 떨어진 꽃잎인가 젖은 매화 향기가 너무 무겁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