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련 필 무렵이 되었다고는 생각도 못했네. 며칠 전 어느 집 담장 너머에 흰꽃이 활짝 핀 것을 보고 놀랐지. 골목길에 저렇게 피었다면, 햇빛 바른 공원에서는 벌써 다 피었다 졌을 텐데. 다음날 공원 목련 스트리트에 갔더니, 아이구 그렇더라. 아름다운 흰꽃은 꿈처럼 피었다가 다 졌더..
2019. 2. 28. 목. 2달에 걸친 아들의 연수가 끝나는 날이다. 오후 늦게 아들에게서 카톡이 왔다. 서울 발령. 아니 바로 서울? 어떻게, 어떻게 하지? 수습 몇 개월 동안 연고지에서 근무할 줄 알았는데, 그래서 당장 떠나는 건 아닐 거라 여겼다. 왈칵 울음이 났다. 눈부신 햇살 님에게는 울지 말..
확실히 계절에 무심해졌다. 계절뿐 아니라 모든 면에서 그렇다. 감정의 경계는 선명함이 무너지고, 펑퍼짐 낮다. 질색할 것도 없고, 또한 좋은 것도 없는 일상이란 얼마나 무채색인지. 오랜만에 나간 한낮의 공원에는 봄의 시계대로 매화가 피어나고 있었다. 등을 대고 한 마리 흰나비처..
작심 3일이라고? 왜 기간을 정해서 실패를 자초하나? 나는 잔머리 돌려 건수로 정하련다. 1, 고기 먹기 새해가 시작되자마자 감기몸살을 심하게 하였다. 그 몸살 주간에 내 생일이 있었지만, 생일이고 뭐고 기다시피 일어나 누룽지를 겨우 끓여 먹었다. 뜨거운 보리차와 누룽지와 콩나물국..
#1 24센티 볶음팬과 사각 찬기 2개를 사서 쇼핑몰 밖으로 나오니 어느새 밤이었다. 털모자 쓴 내 머리를 겨울 밤공기가 시원하게 식혀 주었다. 잠시 후 도착한 집으로 가는 버스는 아쉽게도 만원이었다. 하긴, 앞(前) 정류소가 버스 회차 지점이니 거기서 이미 버스는 꽉 차 버리곤 했다. 나..
2018. 12. 1 한해가 다 가고 기어코 마지막 달이 왔다. 진부한 표현이긴 하나, 개띠 새해 인사한 것이 정말 엊그제 같다. 2018. 12. 7 시장 곁에 성당이 있다. 물론 나는 특정 종교가 없는 무심한 사람이다. 그러나 이 세상에는 우리들 영역 밖의 일이 있다는 것을 믿는다. 저녁 8시, 성당 마당으로..
#1 이러다 블로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또 잊어먹겠어. 커버를 덮지 않은 자판 위에는 먼지가 하얗다. 자꾸 써야 쓸거리가 또 자라나오는 법인데, 손을 놓고 있으니 점점 메말라서 사막이 되어 간다. 블로그에 들어가보면 많은 이웃이 문을 닫았거나, 반년 혹은 1년 전 어느 날짜에 멈추어..
냉장고로 가려다가 우뚝 멈추었다. 처음 보는 액자가 벽에 나타났다. 놀라 뒤돌아보았다. 액자가 나타난 벽면의 맞은편에는 부엌 창이 있고, 저 액자는 그러니까 창틀에 올려놓은 작은 화분의 실루엣이었다. 햇빛이 우연히 창밖 어느 곳 유리에 튕겨 다시 내 집 부엌 창문으로 꺾였겠지. ..
#1 공원 소나무 영역에 붉은 꽃이 가득하다. 이 공원에서 꽃무릇을 보기는 처음이다. 언제 저리 심었디야? 지나치게 강렬한 꽃은 꽃으로 안 보는 취향인데, 꽃무릇은 초록 줄기와 어울려 나쁘지 않다. 꽃 수술은 가늘고 길게 제각각 허공으로 뻗지만 절대 이웃과 엉키지 않는다. 참 희한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