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에서
이반 일리치가 생각한 공생의 도구는 세 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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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분지통(鼓盆之痛) 설화 | 자료실
언덕에서 2019.01.18 06:00
장자를 읽었는데 '허투루'여서 한참만에 기억해냈습니다.^^
이러니 책읽기가 참 지난한 길입니다.

남녀간 일을 어떻게 믿을까 싶지만 부부간에도 저러니 인간이란 참으로 묘한 존재가 분명합니다.
우스운 얘기 같지만 그 속에 진실이 들어 있으니 씁쓸하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어쨌든 오묘합니다.^^
요즘 책을 읽을 때마다 연필로 줄을 그으면서 읽습니다.
보나마나 읽고 난 후에 죄다 까먹을 것 같다는 우려 때문입니다.

고분지통 설화를 접하고 보니 옛날이나 요즘이나 사람사는 모습은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오천 년 가까운 우리 역사에서 유교적 질서의 사회는 오백 년 정도로 알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동안 자유로운 정신세계를 가져온 겨레에게 씌워진 가혹한 유교윤리는
애초부터 맞지 않는 옷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도 하게 됩니다.
유교 윤리는 자연스러운 것까지 통제하려고 한 점이 없지 않다는 생각을 합니다.
그 반작용으로 지금은 그동안 짐승들 같다고 손가락질하던 서양 사람들만도 못한 경향으로 흐르는 면이 있구나 싶기도 합니다.
그런 사례는 수없이 많아서 예를 들 필요도 없을 것입니다.
이러니 한때 유교 윤리에 젖었던 사람으로서는 현재의 세태를 당연하다고 인정하면서도 적응하며 살아가기가 피곤할 것입니다.
도미 아내 설화를 바탕으로 한 소설을 읽은 적이 있는데 필자가 생각나지 않습니다.
최인호? 이문열?....
중견작가였고 꽤나 잘 각색했다 싶었는데 그리 많이 팔리진 않았던 것 같았습니다.
그 책을 보관하지 않은 아쉬움을 그동안 몇 번 떠올리곤 했습니다.
도미 설화를 소설로 만든 분은 월탄 박종화 선생입니다.
1940년도에 쓰인 단편소설인데 도미 부인을 '아랑'이라는 이름을 붙여서
<아랑의 정조>라는 제목이었던 걸로 ...
소설의 전반적인 줄거리는 위의 설화와 동일합니다.
중고서점을 찾아보니 7~80년대 <아랑의 정조>가 많이 매물로 나와있습니다..
유교는 통상적으로 억압적인 윤리와 부패한 정치의 근원으로 비판받아 왔습니다.
유교에서 국가의 기원은 자연상태의 혼란과 결핍을 극복하고 백성의 안전과 안녕을 도모하기 위해 국가가 탄생했다는 것이겠지요.

우리나라는 지난 세기 커다란 폭력으로 인한 고통을 겪었지만,
강력한 국가를 재건하고 정치적 안정을 이룩했으며 산업화와 민주화까지 달성했습니다.
하지만 국가 건설의 시기에 유교의 권위적 전재가 존재했으며, 동시에 자유주의가 결여돼 있었습니다.
이러한 부분이 시민사회의 미성숙을 초래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종화의 "아랑의 정조"는 오래 전에 읽었던 듯합니다.

최인호의 소설입니다. "몽유도원도". 길지 않은 책이었고 꽤 감동적이었습니다.
그렇습니다.
몽유도원도가... 액자소설이었는데 역시 아랑과 도미의 이야기를 소재로 했습니다.
여경이라는 주인공이 낮잠의 짦은 꿈속에서 만났던 몽유의 여인을 현실속에서 찾으려 했던...
여경의 비참한 최후를 통해 우리의 인생은 짧은 꿈과 같으며,
꿈속 도원경의 세계를 현실에서 찾으려 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이야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제 기억이...
이렇게 시원치않습니다. ^^;;
아내가 죽으면 변소간 옆에가서 웃는다 라는 우스개는 그저 우스개로 그칠 이야기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반대로 유교사상을 호령했던 사대부들의 죽음뒤에는 10 년 묵은 체증이 내려가 속이 후련했을 조선시대 여인들이 있지 않았을까 합니다.
하도 괴상망측한 일들이 많은데다 부부의 연이 과거같지 않으니 살다가 헤여지거나 죽는다 해도 별스런 감정이 없는 무감각의 시대로 접어드는 느낌입니다.
사람사는 일이 오십 보 백 보라 예전의 삶들이 지금의 삶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합니다.

죽음은 새로운 세상으로의 진입이라는 명쾌한 논리를 피력한 장자의 사상이 돋보입니다.
조선 정조 때 문인 심노숭의 시구는 읽는 이의 심금을 울립니다.다.

오늘 우연히 제수씨가 차려준 밥상에
부드러운 쑥이 놓여 있음에 문득 목이 메인다.
지난날 나를 위해 쑥 캐주던 아내
그 얼굴 위로 흙이 도톰히 덮이더니 그곳에 쑥이 돋았네.

아내와 사별한 이듬해 봄, 아내와 함께 살던 옛집에 잠시 들렀더니 마당 한 모퉁이에는 쑥이 무더기를 이루고 있었던 모양입니다.
평소 쑥으로 만든 음식을 즐겨 만들며 쑥을 보거든 자기인 양 여겨 달라던 아내는 이미 세상에 없었습니다.
이런 마음을 알 리 없는 제수씨는 쑥으로 만든 반찬을 시아주버니 밥상에 올린 것이지요.
이를 대한 심노숭은 목이 메였던 것인데 남존여비 권위주의 시대에도 따스한 서정이 보여서 놀라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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