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학과 사회 (236)

치팅컬처, 미국의 현재를 말해주는 속임수 문화 view 발행 | 문학과 사회
세상다담 2008.12.31 22:26
     여전히 매일 직관에 의거해 수많은 결정을 하겠지만, 그러한 결정은 개인 생활에 적용되는 옳고 그름의 개념이 아니라 직업 생활에 적용되는 가치 체계를 반영한다. 이러한 가치 체계에서는 옳고 그름보다는 손익계산이 중요하다. 시스템은 개인의 가치를 체계의 가치로 대체하는데 성공하게 되며, 그 결과 시스템은 이익을 내게 된다. - 패트릭 실츠
     불평등이 미국 사회에 여러 가지 악영향을 끼친다는 증거가 무수히 많다. 우리 사회가 소득을 기준으로 점차 양분되면서 사람들 사이의 사회적, 문화적 격차도 증가해왔다. 부유층은 현역에서 은퇴하고도 아이들을 사립학교에 보내거나 담장을 높게 둘러친 저택에서 생활하는 데 비해, 중산층은 어쩔 수 없이 교육의 질이 낮은 학교에 아이들을 보낸다. 부유층은 부를 이용해 공공 정책에 갈수록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은 정치로부터 점점 소외감을 느낀다. 경제의 몫이 커지고 있다고는 하지만, 대다수 근로자의 경우 돌아오는 몫이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줄어드는 데 비해 생활비는 계속 오르기 때문에 점점 불안해하고 있다.
     승자와 패자 사이의 극심한 격차는 개인의 정직성에도 심각한 영향을 미친다. 승자가 그 어느 때보다 큰 몫을 챙기고, 패자는 일자리를 잃거나 돈을 벌어봐야 생활비에도 미치지 못하는 등 그 어느 때보다 혹독한 대가를 치러야 하는 사회에서 점점 많은 사람이 승자가 되기 위해선 무슨 짓이든 기꺼이 하려고 든다. 이는 속임수 문화를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다. 실패에 따르는 대가가 클수록, 오늘날의 수많은 변호사처럼 심한 압력을 느낄수록 속임수의 유혹은 강해진다. 그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성공에 뒤따르는 보상이 클수록, 속임수가 갑부로 살아가느냐 그날 벌어 그날 살아가느냐의 차이를 만들어낼수록 그 유혹은 강해진다. 상황 인식이 이런 식일 경우 사람들은 정직성 따위는 쉽게 내팽개칠 것이다. (91쪽)
     갈수록 수익을 강조하는 풍토가 언론의 파수꾼 역할을 위협하며 신뢰성이 떨어지는 질 낮은 기사를 양산해왔다. 그 결과 언론에 대한 대중의 신뢰는 땅에 떨어졌고, 많은 기자가 자신의 직업에 회의를 품고 있다. 한 조사는 “현역 기자 대다수가 점점 높아지는 수익 창출의 압력이 기사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으며, 불과 4년 전에 비해 이러한 견해가 널리 퍼져 있다고 여긴다”고 전한다. 또 다른 설문조사에서도 기자의 63퍼센트가 직업윤리와 가치가 퇴보했다고 응답했다. (110쪽)
     큰 폭의 소득격차는 자기가 버는 돈의 액수에 만족해야 마땅한 사람들의 정직성에도 악영향을 미친다. 사람들은 대개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비교해 자신의 행복도를 판단하기 때문이다. 절대적인 행복은 중요하지 않다. 사람들은 급료액수보다 경제서열에서 차지하는 자신의 위치에 더 많이 신경 쓴다. 상대적 위치에 대한 불안은 단순히 부러움 같은 얄팍한 감정의 산물이 아니다. (115쪽)
     지난 40년간 이어져온 미국에서의 신뢰 실추는 오래 전부터 논의의 대상이 되어왔다. 미국인이 과거 어느 때보다도 공공기관을 신뢰하지 않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정부, 언론, 종교기관, 변호사를 비롯한 전문 직업인에 대한 신뢰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전문직업인에 대한 신뢰 하락이 특히 두드러진다. 미국인은 서비스를 제공하거나 삶의 중요한 부분과 관련해 조언을 해주는 대가로 돈을 청구하는 사람들에게 오도되거나 사기를 당할까봐 점점 두려워한다. (117쪽)
     불신은 속임수를 부채질한다. 사람들이 자신을 속이려고 혈안이 되어 있다고 생각할 경우 규칙은 사실상 중요하지 않으며, 윤리규범에 반하는 잔재주를 부려도 상관없다고 믿기 쉽다. (117쪽)
     상황은 나아질 것이며, 자신의 삶을 제어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할 경우 타인을 신뢰하는 일은 그렇게 위험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신뢰를 잘하는 사람들은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가 크며, 자기 운명의 주인은 자신이라고 믿는다.
: 신뢰의 도덕적 기초, 에릭 우슬러너
     인간은, 모든 인간은 다른 사람의 목적에 부합하는 수단이 아니라 자기 자신을 위해 존재한다. 인간을 스스로를 위해 살아야 한다. 다른 사람 때문에 자신을 희생해서도, 다른 사람에게 희생을 요구해서도 안 된다. 인간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하며, 자신의 행복 달성을 자기 삶의 가장 높은 도덕적 목표로 삼아야 한다. - 에인 랜든
     “지난 10년 동안 자신이 소비하는 재화가 자신의 정체성을 규정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앨리사 쿼트(Alissa Quart)는 10대들 사이의 소비주의를 다룬 『나이키는 왜 짝퉁을 낳았을까(Branded : the buying and selling of teenagers』라는 책에서 이렇게 논평했다. “10대와 20대도 갈수록 명품에 열광하고 있다. 명품에 빠져들어 인간관계나 생각을 통해서가 아니라 물건을 통해 자신을 바라본다.” (148쪽)
     부유한 내부자가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이 자기 자신만의 이익을 위해 미국의 금융 체계와 조세 체계를 중간에서 어떻게 가로챌 수 있었을까? 답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경제적 승자가 되면 정치권력도 장악할 수 있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소득 크기에 따라 정치적 영향력이 결정된다는 사실은 더 이상 비밀이 아니다. 정치인은 유권자에게 관심을 쏟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 사람들은 부자들에 비해 투표율이 낮다. 정치인은 정치 후원금에 관심을 기울이지만 미국의 서민층에서 나오는 후원금은 부자들이 내놓는 액수에 비해 훨씬 적다.
     교육도 문제다. 저소득층일수록 교육을 덜 받으며, 정치 참여율이 낮거나 시민 절차를 통해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는 데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또한 이런 미국인 중 상당수가 자신의 투표권과 목소리는 중요하지 않으며, 체계가 상류층에게 유리하게 돌아가고, 하찮은 사람들은 하찮게 취급받는다고 확신한다. 평범한 미국인이 냉소주의에 빠져 정치를 멀리할수록 정치인은 그들의 이익을 점점 더 경시하게 될 것이다. (199쪽)
     사람들은 체계가 자신에게 공정하지 못하다고 판단할 경우 윤리관을 쉽게 바꾸는 경향이 있다. 사람들이 규칙을 준수하는 이유는 첫째, 규칙을 어길 경우 혜택보다 위험이 더 크기 때문이다. 둘째, 인간은 사회규범이나 동료 집단의 압력에 민감하기 때문이다. 셋째, 규칙이 우리의 윤리관에 부합하기 때문이다. 넷째, 규칙이 우리가 보기에 적법하기 때문이다. (209쪽)
     브라질처럼 커다란 소득 격차가 해소되지 않을 경우, 브라질처럼 많은 사람이 경제적으로 불안을 느낄 경우, 브라질처럼 부자와 나머지 사람에게 다르게 적용되는 정의의 이중 잣대가 계속 힘을 발휘할 경우, 점점 많은 사람이 오래전 브라질 사람들이 그랬듯이 우리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사회계약의 적법성에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그럴 경우 점점 많은 사람이 자신의 윤리와 원칙을 바꾸게 될 것이다. 속임수도 갈수록 형태가 다양해져서 사람들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할 구실조차 찾지 않을 정도로 보편화될 것이다. (242쪽)
     약물, 섹스, 범죄에 거의 전적으로 초점을 맞춘 결과 이 분야에서의 청소년 행동은 개선되었다. 하지만 탐욕, 물질주의, 과도한 경쟁 같은 문제에는 어느 누구도 거의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다. 젊은이들은 어떤 유혹에 대해서는 ‘안 된다고 말하라’는 소리에 귀 기울이는 가운데, 또 어떤 유혹에 대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라’는 소리에 귀 기울이고 있는 듯하다. (254쪽)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자본주의 시대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 예측하긴 어렵지만 몇 가지 힘이 날 만한 의견을 제시할까 한다. 우선 역사가 재커리 캐러벨(Zachary Karabell)의 주장대로 미국 역사를 보면, 특정 사상이 발흥해 몇십년 동안 미국 사회를 지배하다가 다음 사상에 길을 내주는 과정을 반복해왔다. 식민지 시대에는 종교가 미국 사회를 지배했다. 19세기에는 팽창주의와 국가의 단결력이 미국 사회를 지배했다. 20세기 중반에는 정부가 미국 사회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했다. 그리고 1970년대 이후로는 시장이 미국 사회의 구심점 역할을 해오고 있다. 미국 역사의 각 단계마다 특정 사조의 힘이 약화되면 새로운 사조가 등장해 기존의 사조와 맞선다.
     이러한 기록을 감안할 때 오늘날 시장의 헤게모니가 무한정 지속될 가능성은 없다. 새로운 사조가 부상하고 있다는 조짐은 이미 많다. ‘균형 있는 삶’이라는 개념이다. 캐러벨은 이를 ‘유대감’이라고 부른다. 소비와 일중독의 우리 사회에서 대중의 불만이 쌓여가는 가운데 바람직한 일과 강력한 공동체, 개인의 행복을 추구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그와 같은 추세의 징후는 ‘생활 속도 늦추기’ 운동, 무분별한 개발 반대 운동, 생태 관광에 대해 관심 등을 통해 목격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색다른 추세가 정확히 언제 대규모 문화 변동으로 이어질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352~353쪽)
     의사들이 진찰료를 올리면, 변호사들도 당연히 수임료를 올리지. 변호사들이 수임료를 올리면, 교사들도 월급인상을 요구한다. 그렇게 되면 세금이 높아지고... 이런 식으로 계속된다. 그러면 빈부 차이가 너무도 크게 벌어져 혼란이 일어나고 또 하나의 위대한 문명이 무너진다. 위대한 문명들이 무너진 것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차이가 너무 커질 때였단다. 미국도 같은 길을 가고 있는데, 우리가 역사에서 그것을 배우지 못하기 때문에 그와 같은 역사가 반복되고 있다. 우리는 역사적인 사건과 날짜만 기억하지, 역사 속에 숨겨진 교훈은 기억하지 못한다.
: 부자아빠ㆍ가난한아빠, 80쪽, 로버트기요사키, 2002. 7, (주)황금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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