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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철학적 자서전 (6)

나의 철학적 자서전 3 | 나의 철학적 자서전
격암 2010.04.30 08:54
사람들이 어떤 커다란 관념이나 이념의 이야기 없이 자기 자신의 개인사에 몰두하는 모습이 당장 내게는 큰 차이로 느껴졌다. 나는 이렇게 자신의 개인사만 생각하며 살수 있는 나라, 커다란 이데올로기적인 단어를 떠올릴 필요가 거의 없는 나라가 부러웠다. 대학을 채웠던 말들이 틀렸다기 보다는 그것들이 왠지 사람들을 억누르고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아마 이것이 한국적인 것이 뭔지 알기 위해서는 한국적이지 않은게 뭔지를 경험해 봐야 한다는 것을 알게된 첫번째 경험이었을 것이다. / 즉 한국에만 있었을때는 뭐가 내주변의 특징인지 나는 알수 없었던 것이다. 무언가를 보기 위해서는 무언가가 아닌것을 봐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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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나는 물리학을 조금씩 더알아갈수록 물리라는 학문에 대해서도 실망을 하게 되었다. 한번은 초대칭성이라는 주제에 대한 세미나를 들었는데 연사의 의도와는 달리 나는 이런 수학놀음이 도대체 이세상과 어떤 연관성을 가질수 있는가에 대해 회의적 감정만 크게 가지게 되었던 것을 기억한다. 이 세상이 모두 혼란스러워도 물리학만은 정말 작은 몇개의 원리만으로 세상을 이해하는 힘을 주는 그런 학문으로 생각했는데 물리는 그렇게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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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일들의 결과로 이제와 뒤돌아보면 여러가지 욕망과 야심과 기대를 쫒아다니느라                                                                                                                                                                                                                                                                 실망과 희망과 좌절이 뒤범벅되어 정신없었던 20대로 그 시절을 기억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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빽빽하게 사람과 건물이 차있는 서울에서 포항으로 처음 내려올때는 나는 그 생활이 실망스러울 것으로 생각하였으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에 가까운 생활, 보다 여유있고 조용한 중소도시의 생활이 보다 만족스럽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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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를 비롯해서 한국의 이공계 대학은 정도의 문제지만 거의 대부분 미국 학계를 쳐다보는 식민지적 위치에 있다고 할수가 있었다. 우리끼리의 토론과 흥미에 따라 학문의 발전이 이뤄지는게 아니라 미국에서는 요즘 어떤 것이 유행하는가 그런 학문연구의 흐름에서 우리가 할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방향으로 사고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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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야 말로 내가 인공신경망 연구에 관심을 가지게 만든 논문을 쓴 사람이었으며 학회에서 몇번 만나적이 있어서 친근감도 있었기 때문이다. 나의 20대가 끝난 무렵 나는 아직 돌이 되지 않은 아이와 아내를 데리고 이스라엘로 가는 비행기를 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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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그것은 인간은 무엇을 위해 사는가를 생각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로 원하는 것을 위해 살아보고 그것을 얻는데 실패하거나 성공해 보는 시간이었다. 내가 초등학교 때 했던 생각의 연장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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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일상에 묻히고 나자신의 이런 저런 일에 묻혀서 어떤 일들이 내게 내적 긴장감을 조성하는지, 나의 인생의 길을 선택하는 문제에 있어서 뭐가 중요한 문제인지를 생각하는 일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나는 그것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자체를 잊는 일이 많았다고 생각한다. / 행복해지기 위해 돈을 벌려고 하는 것인데 살다보면 돈을 벌면 된다는 부분만 빼고 다른 부분을 잊게 되기 쉽다. 그래서 이제는 돈이 얼마가 있든 행복해 질수 없는 상황이 되어도 도대체 뭐가 문제인지를 생각해내지 못하고 더 많은 돈을 추구하는 경우도 있게 되기 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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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나는 남의 말만 따라 하며 사는 로보트 같은 인간이 될 뿐이리라. 30이 될 무렵 나는 철학적 패배감에 젖어있었다. 30이 된다는 사실, 이제 더이상 젊지 않다는 사실은 나를 더더욱 우울하게 할뿐이었다.


난 그시절 뭐하며 살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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