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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와 자기찾기 (27)

파리바케트와 노동 | 자본주의와 자기찾기
격암 2017.09.29 00:17
격암님의 글들을 읽으며 항상 깨달음을 얻는 학생입니다. 오늘도 인간애와 통찰을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가지 여쭤보고 싶은게 있습니다. 빠리바게트가 도급회사를 중간에 끼고 간접고용을 하는 것은 현재 제빵업에 파견직원을 고용하는 것이 불법이기 때문이라고 알고 있습니다. 한마디로 현행 파견법으로 인해 지금의 비효율적인 시스템이 형성된다는 것인데요, 격암님의 말씀대로라면 빠리바게트는 현재의 고용구조를 오히려 반길텐데 그렇다면 파견법 개정이 만약 논의된다면 반대입장을 취할까요?
저는 기본적으로 파견법자체가 악법이 아닌가 하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파견법같은 것은 고용의 형태를 유연하게 만들어 결국 고용을 늘리기도 하지만 고용을 열악하게도 합니다. 한쪽은 파견법이 고용을 늘린다라고 주장하고 다른 쪽은 파견법이 있으면 고용의 질이 나빠진다고 주장합니다. 고용의 형태를 다양화하는 것은 결국 동일노동 동일임금의 원칙에서 벗어나서 무한경쟁으로 인한 저소득 일자리를 만들어 내게 됩니다. 오랜동안 노동법에 쌓여진 노동자에 대한 보호를 무너뜨리는 것이죠.

하지만 법은 일종의 도구로써 그 자체가 악이라기 보다 그걸 어떻게 쓰는가 그리고 법 이외의 다른 조건이 어떻게 되는가에 크게 달려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파견법 개정이 핵심은 아닙니다. 그렇게 접근하면 파견법을 어떻게 개정하면 문제가 해결되는가하는 식으로 질문을 던지게 됩니다. 답은 어떤 식이든 다 문제가 있다는 겁니다. 파리바게트같은 기업들은 파견법에 대해 어떤 입장을 내놓겠지만 사실은 속으로는 매우 느긋할 것입니다. 결론이 어떻게 나건 법망을 피해나갈 구멍이 아주 많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 생각에 핵심적 이슈는 다른데 있습니다. 그것은 최저 소득 수준이나 행정부 사법부의 개혁입니다. 법을 전혀 바꾸지 않아도 그 법을 어떻게 적용하는가가 세상을 크게 바꿀 수 있습니다. 법이 문제라는 생각으로 법리논쟁으로 빠져들어가고 그 결과로 더 복잡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야 말로 기업이 원하는 것일 겁니다. 법은 강해보이지만 구멍이 많고 윤리는 엉성해 보이지만 제대로 서기만 하면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그물일 수 있기 때문에 기업은 대개 이것은 윤리적인 문제가 아니라 논리와 증거의 문제라고 문제를 몰아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덕분에 저도 더 생각해 보게 되고 배우게 되는 군요. 저도 더 생각해 보겠습니다.
결국, 법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라는 원론을 명심하는게 중요한 일이겠군요. 아무리 법이 훌륭해도 그것을 시행하고 적용하는 주체가 그 입법취지와 사회적 결과를 경시한다면 좋은법은 유명무실해질테니까요. 많은 법조인이 법기술자처럼 느껴지는 요즘 적절한 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사법부와 행정부의 권위주의 편의주의가 엄청난 사회적 비효율을 낳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격암님 말씀 대로 그 시스템의 개혁도 필요하지만 저는 무엇보다 직업윤리의 회복이 시급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 바람은 너무 멀게만 느껴지는데요,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갑갑합니다.
시작은 이미 오래 전에 됐지요. 그래도 요즘이 전태일이 살던 때와 같지 않으니까요. 또 촛불정부도 만들었지 않습니까. 미래에도 문제는 남을 것이고 이번 정부가 실망스러운 부분도 있겠지만 한걸음 한걸음씩 나아갈거라고 생각합니다. 지자체 선거도 있고 언론개혁같은 부분도 있고요. 좋고 능력있는 사람은 세상에 많으니 오염된 것을 제거하면 좋은 세상이 올겁니다.
격암이 말씀이 맞습니다. 내가 반드시 중요한 역할을 해야한다는 강박 혹은 이번이 아니면 안된다는 조급함이 안좋은 결과를 낳는 경우가 많지요. 한걸음 한걸음 저 자신과 주변부터 살피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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