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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스(完) (34)

아테네에서 델피로... | ┏  그리스(完)
Ranee 2008.09.26 11:34
이 글을 보니 6월에 밟았던 델피의 거리가 생생하게 떠 오릅니다.
델피의 좁은 도로에 큰 차가 거의 건물에 닿을 듯이 지나가는 모습이 생각납니다.
유적지는 오래된 돌덩어리들인데 제게는 인상깊은 곳이었습니다.
대지의 배꼽이라서 그런지도 모릅니다~~

자주 하는 짓은 아니지만 굴러다니는 작은 돌을 줏어오고는 합니다.
델피의 돌도 하나 주머니에 넣어가지고 왔지요 ㅎㅎ
미케네의 돌과 아크로폴리스의 돌 등 3개를 가지고 왔습니다.
친구가 그러더군요 "모두 너 같으면 그리스의 돌이 다 없어지겠다"라고요^^

샐러드를 보니 그곳에서 먹던 독특한 치즈가 얹어진 Greek salad가 생각납니다.
민박집 주인장이 "그리스 샐러드가 맛있으면 그리스 사람 다 된거"라고 하더라고요.
들어 보셨나요?
청운지사님께서 돌을 주워오셨다고 쓰신 글을 읽고 저도 모르게 웃음이 났습니다.
사실은 저도 그리스에서 돌을 주워왔거든요.
그리스 유적지의 돌이 아닌 산토리니의 돌을 주워왔다는 점에서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그 돌을 가지고 온 이유는 비슷한 게 아닐까요?
제게는 산토리니가 이번 여행을 시작하게 한 동기였기 때문에 의미 있는 곳이었거든요.
그 곳이 얼마나 좋았는가와는 상관없이 말이예요.

Greek salad 는 살짝 맛만 보고 정식으로 먹어 보지는 않았습니다.
제가 치즈를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니라 먹고 싶다는 생각이 별로 들지 않았었거든요.
여행을 좋아라 하는 것에 비해 다른 나라 음식에는 너그럽지 못해서
솔직히 매번 여행 때마다 먹거리 때문에 고생을 좀 심하게 하는 편이죠.
그 나라 음식은커녕 빵도 별로 안좋아해서 작년 여름 여행 때는 17일동안 5kg이나 체중이 줄어들만큼 굶고 다녔답니다.
세계일주를 하고 싶어도 저는 아마 음식 때문에도 불가능하지 않을까 싶네요.

                                                                                                                                                                                                                                                                                                                                                                                                                                                                                                                                                                                                                                                                                                                                                                                                                                                                                                                                                                                                                                                                
낯선 음식을 가리는 것을 보면 라니님은 아직 진정한 여행객은 못되나 봐요^^
허긴 저도 옛날에는 한식이 아니면 먹기가 쉽지 않았기는 해요. 빵은 특히 더더욱 넘기기 쉽지 않았지요.

약 15년 전에 미국에서 1년간 지낸 경험이 있는데
그 때는 세끼 모두 밥을 먹어야 했고 게다가 김치가 꼭 있어야 했기 때문에 집사람이 고생을 많이 했어요.
그러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 이래가지고는 안되겠다는 생각을 하게되어 피나는(?) 노력으로 먹는 습성을 바꿔서
이제는 집을 떠나면 그 나라 사람처럼 지내게 되었지요.

이번에 그리스에 갈 때도 먹을 것이라고는 컵라면 2개하고 작은 튜브 고추장 2개를 들고 나갔는데
고추장은 거의 그대로 들고오고 컵라면은 여행중에 먹었지요.
컵라면을 가져가는 이유는 고향음식 생각날까봐 가져가는게 아니고 아침을 사먹을 시간이 없는 경우를 대비해서 가지고 가지요.

다른 댓글에 달은 것과 같이 1994년 독일에서 2개월 지낼 때였는데
그 기간중 10일간 집사람을 오라고 해서 같이 패키지 여행을 한 적이 있어요.
프랑크푸르트를 출발하여 파리, 제네바, 로마, 피사, 폼페이, 피렌체, 베네치아, 비엔나 등을 다녔는데
거의 매일 아침에는 빵을 먹어야 하고 점심은 현지식, 저녁에는 한식 등으로 식사를 했는데
며칠은 한식이 없는 지역을 지나더라고요. 그 때 먹는 것 때문에 고생을 많이 했었지요.

그 때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아! 내가 빵을 먹지 않으면 앞으로 세계여행을 다니기 어렵겠구나라는 생각 말입니다.
그 이후로 먹거리에 대한 관념자체를 바꾸려고 많은 노력을 해서인지
이제는 김치 한조각 먹지 않고도 다닐 수 있고, 빵을 몇 끼 먹고도 다닐 수 있게되었지요.

그러고 보니 라니님이 아픈게 여행의 후유증도 있어 보이네요.
어찌보면 여행은 중노동인데 잘 먹지 못하고 다녀서야 체력이 버텨낼 수 있겠어요?
저는 여행 후에 불만인 것이 체중이 켤코 줄지 않는다는 것이거든요 ㅎㅎㅎ
여하튼 다음의 여행을 위해 식성을 바꿔보시는게 어떠신지요~~~
2년전 첫 여행 때에 비하면 많이 양호해진 편이긴 하지만
아직도 그들의 음식을 즐길만큼은 아니니 진정한 여행자가 되려면 조금은 더 시간이 필요한 듯 하긴 해요.
작년 여름엔 기내식을 먹고 체하는 바람에 더 고생이 심했던 거고,
이번 여행에선 끼니를 거의 다 챙겨먹고 다닐만큼 비교적 잘 적응하긴 했지만
수블라끼와 터키에서 먹은 항아리 케밥을 제외하면 여전히 맛있게 먹은 음식은 별로 없는 듯 하네요.

아직 병원을 여러 군데 가보지 않아서 정확하게 어떤 병이 있는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가는 곳마다 공통적으로 무조건 쉬어야 할 때라고, 면역력이 상당히 저하되어 있다고, 공통적으로들 얘기하는 걸 보면
청운지산님의 말씀처럼 제가 여행후유증을 겪고 있는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학교 일이라는게 남들이 보기엔 별 거 아닌 것처럼 보여도 정신적으로 힘든일이 많아서 때맞춰 쉬어주기도 해야 하는데
2년동안 다섯번의 방학을 계속해서 여행을 다니다 보니 정신적으로는 행복했지만 체력적으로는 많이 힘들었던 것 같거든요.
게다가 끼니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면서 하나라도 더 볼 욕심에
발에서 피가 나고 몸이 아파 눈물이 나도 쉬지않고 돌아다니곤 했으니....

체력을 잘 비축해야 다음 여행이 가능할텐데 계속해서 지금처럼 비실거리면 어쩌나 좀 걱정이예요.
가장 가보고 싶은 곳 몇군데만 돌아볼래도 최소한 몇 년은 더 여행을 다녀야 하는데 말이죠.    
저는 일요일에 가서 여행안내소는 문을 닫아서 보지를 못했답니다.
저도 잠깐 들러 휙~둘러 보았을 뿐이라 자세히 본 건 없는 것 같네요.
지금 같으면 뭐든지 조금 더 자세히 볼 것 같은데 그 당시에는 항상 더위와 싸우느라 쉽게 지쳐서 건성일 때도 많았던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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