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방에서 가장 긴장되는 순간은 책의 가격을 물을 때다. 아무리 마음에 드는 책을 찾았다고 하더라도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면 사지 않기 때문이다. 책장에서 골라낸 책을 조심스레 주인에게 내밀며 "이 책은 얼만가요?" 묻고 잠시 숨을 멈춘다. 그리고 주인이 부르는 가격이 마음에 들..
현대제철, 아우슈비츠 어린 시절 우리는 TV를 보며 영화 속 유태인이 되곤 했다 가슴에 달린 다윗의 별 죽음의 낙인이 내 옷에도 달려있는지 고개 숙여 확인했고 아우슈비츠 가스실로 걸어가는 죽음의 행렬 그 뒤를 따라갔다 밀폐된 가스실 벌거벗겨진 몸뚱이 사이로 새어 나오는 독가스 ..
길 장지문 앞 댓돌 위에서 먹고무신 한 켤레가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다 동지도 지났는데 시커먼 그을음뿐 흙부뚜막엔 불 땐 흔적 한점 없고, 이제 가마솥에서는 물이 끓지 않는다 뒷산을 지키던 누렁개도 나뭇짐을 타고 피어나던 나팔꽃도 없다 산그림자는 자꾸만 내려와 어두운 곳으로 ..
오월에의 노래 - 이용악 이빨 자욱 하얗게 홈 간 빨뿌리와 담뱃재 소복한 왜접시와 인젠 불살러도 좋은 몇 권의 책이 놓여 있는 거울 속에 너는 있어라 성미 어진 나의 친구는 고오고리를 좋아하는 소설가 몹시도 시장하고 눈은 내리던 밤 서로 웃으며 고오고리의 나라를 이야기하..
이사 박 영 근 1 내가 떠난 뒤에도 그 집엔 저녁이면 형광등 불빛이 켜지고 사내는 묵은 시집을 읽거나 저녁거리를 치운 책상에서 더듬더듬 원고를 쓸 것이다 몇잔의 커피와, 담배와, 새벽녘의 그 몹쓸 파지들 위로 떨어지는 마른 기침소리 누가 왔다갔는지 때로 한 편의 시를 쓸 때마다 ..
2012년 새롭게 만난 음악들 중에서 나만의 베스트를 꼽아 본다. 2008년부터 해 온 '책 읽기', '영화 보기', '음악 듣기' 지도 그리기의 일환이다. ★ 2012년 내가 뽑은 음악 ★ (앨범사진을 클릭하면 앨범 소개 및 수록곡을 볼 수 있습니다) <바다로 가는 시내버스> 정태춘 박은옥, 2012 10년만..
2012년은 30여 편의 영화를 보았다. 해를 넘기고 나서야 뒤늦게 그 중 나만의 베스트를 꼽아 본다. 2008년부터 해 온 '책 읽기', '영화 보기', '음악 듣기' 지도 그리기의 일환이다. ★ 2012년 내가 뽑은 영화 ★ <화차> 변영주 감독, 한국, 2012 개봉 '삼세판'이라고 했던가. 두 편의 장편 전작 &..
2012년 역시 그리 많은 책을 읽지 못한 게으른 한 해였다. 이젠 이런 게으른 삶이 익숙해지는 건 아닐까 걱정이다. 부끄럽지만 연례행사처럼 2012년 읽은 책 중 나만의 베스트를 꼽아 본다. 2008년부터 해 온 삶의 독서 지도, 영화보기 지도 그리기의 일환이다. ★ 2012년 내가 뽑은 책 ★ <박..
어릴적 내게 미국고모부는 '산타클로스'와 같은 존재였다. 고모부 앞에 붙는 '미국'이라는 말은 어린 아이가 상상할 수 없는 미지의 세계를 지칭하는 단어였다. 또 '미제=좋은 것'이 통용되던 시기에 미국에 산다는 것은 곧 부자를 의미하기도 했다. 그런데 미국고모부는 정말로 부자였다...
(사진=경남도민일보) 지난주 일요일인 11월 18일 제12회 창원통일마라톤대회가 열렸다. 대회 장소인 창원종합운동장은 수 많은 사람들로 북적이며 축제 분위기였다. 사전 행사가 끝나고 9시쯤 풀코스 참가자 부터 시간 간격을 두고 차례로 출발을 했다. 풀코스 참가자들이 수백 명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