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 소소/배정규 아내와 산책 중 구구국 가까운 듯 먼 듯 거리가 가늠되지 않는 곳에서 들리는 새소리 "여보"저 새 이름이 뭘까? 외롬새겠지 외롬새가 뭐야? 외로우니까 저리도 슬피 우는 게 아닐까? 그렇기도 하겠네 여보! 우리는 서로 워로워 구국 거리지 않게 한날한시에 죽기로 하자 그..
석유 곤로 소소/배정규 섬유공장 수위 아저씨 석유곤로 사들고 연신 싱글벙글하시다 연탄아궁이에 고생하는 아내에게 선물로 턱 내놓을 생각에 마냥 기쁘시다 스윗치 한 번에 불꽃이 척 켜지는 것이 신기하고 즐겁기만 하시다 고생하는 아내를 생각하면 미안하고 민망하여 마음 한편 납..
봄 소소/배 정규 견딜 수 없는 떨림으로 오는 소리 꽃잎 한 장 씩 빗장을 풀면 거기 봄이 환하게 웃는다 봄은 꽃으로부터만 오는 것은 아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도 봄은 있는 것이다 문고리 벗기면 훅 밀려오는 봄 향기처럼 사람에게도 봄 향기가 피는 것이다 다만 빗장을 풀지 못해 겨울..
오늘이 더 소중 소소/배정규 그때가 언제인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그녀를 사랑하며 행복하다는 것 이보다 더 중요함이 있을까 그녀가 사랑하노라 한 그때 너무도 중요하겠으나 오늘 이 순간 서로 사랑을 확신하며 행복함이 커다란 금맥보다 더욱 값지지 아니한가 지..
< 고리 소소/배정규 백목련이 달빛을 닮았다고 백목련을 달빛이라 하지 않듯이 너와 내가 마음이 닿았다고 한 곳을 바라보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너와 내가 어울릴 수 있는 것은 흔들리는 갈대가 울음이라든가 흐르는 구름이 고향같다든가 하나가 되는 것들이 있기 때문이야 마음이 ..
이젠 소소/배정규 내일은 숨쉴 곳 없이 내몰린 능선 길 가지 않을 것이다 주인 잃고 쓸쓸히 서있는 불꺼진 집에 도란거리는 소리 들리기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며 화사하게 웃다가 슬프게 지는 초라한 꽃 모습 기억하지 않을 것이고 홍학의 외다리가 외롭다고 느끼지 않을 것이다 빈 까치..
그 집에 가면 소소/배정규 그 집에 가보고 싶다 시골의 어느 들녘 아직 초록으로 단장하지 않은 썰렁한 밭 둔덕에 잘 가꾸어진 수선화의 노란 웃음 꽃을 사랑하는 그 집 대문엔 조그마한 빨간 우편함이 있겠고 웃음으로 도배되어 있으리라 책장엔 시집들로 채워져 있으려니 그 집에서 차 ..
무지개 소소/배 정규 한의원에 갔다. 침을 허리에 꼿고 있는데 옆 침대에서 들리는 소리 결린 어깨 부황 뜨고 피 좀 빼 주세요. 피 색깔이 어때요? 그야 빨갛지요! 빨개요? 아픈 곳 피는 검붉은 줄 알았지요. 피니까 빨갈 수밖에요. 사랑은 어떤 색일까? 포근함이니 노랑일까 타오르니 빨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