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GK 비판적 사고

비판적 사고 (39)

기호 및 표현의 개체화 | 비판적 사고
착한왕 이상하 2017.02.14 22:32
저는 '모호함'을 엄격한 안에서 관리하기 위해서라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수는 구체적으로 이름을 붙여서 다룰 필요가 있는 대상이지만, 집합은 다소 엉성하게 남겨놓는 게 더 편리하다 느껴지거든요.

대체로 별로 신경쓰지 않고 그냥 대상 정의해야 하면 '이러이러한 집합이 있어서 어쩌구저쩌구'하는데 그러면 굳이 집합 개념 없어도 되지 않나? 싶으면서도 없으면 불편할 것 같은 게 이런 점이에요. 그저 생각하기에는 굉장히 모호한 것인데 일단 수학적으로 다뤄야 하니까 '집합'이라고 선언해버리고 다루기. 편리하죠.

왕님이 말씀하셨던 건지 어디서 들었던 건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공간을 어떤 집합 X로 생각하는 건 좀 이상한 면이 있다는 주장을 본적이 있어요. 점들을 집어넣어 만든 게 집합이라면 공간을 집합 X로 여긴다는 건 공간이 이미 '꽉차'있다는 건데, 이런 걸 어떻게 '빈 공간'처럼 간주하냐는 것이었는데 타당해보이는 면이 있죠.

이런 측면은 어떤 사고의 흔적이 아닐까 하는 추측이 있어요. 위상수학과 집합론 사이의 연관성을 살펴보면 알 수 있을 것 같긴한데... 그러고보면 리만이 다양체 개념을 제안할 무렵이 장실재론 개념이 널리 퍼져 있던 시기와 겹치는 것 같은데, 뭔가 연관성이 있었던 건지 아니면 우연인지는 모르겠어요.
집합으로 모든 것을 표현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하는 퓨어리스트들은 공간도 점들의 집합으로 정의. 이때 공간이 이미 꽉 차있다는 것 아니냐는 문제가 발생합니다. 이에 대해 '집합 순수주의자'들은 공간을 집합으로 나타내는 것은 단지 수학적 의미만 가질 뿐이라고 주장. 하지만 공간을 굳이 그렇게 집합으로 나타낼 이유가 있는가라는 문제는 여전히 남게 되죠. 이에 대해 집합 순수주의자들 중 일부는 집합 역시 논리적 개념이라고 주장. 즉, 집합론도 논리학의 일부라는 것.

집합을 논리적 개념이라고 그들이 주장할 때, 집합 개념은 모든 사고 체계에 공통된 어떤 것으로서 일종의 선험적인 것. 개인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 논리적 집합이 다른 수학 분과들과의 확장성을 갖고 있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한 편의성의 이유로 집합론을 수학자들의 중요 언어라는 식으로 간주하는 것은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집합 순수주의자들의 주장은 너무 지나치게 나간 것.

리만 다양체 개념이 나올 무렵 장실재론이 어느 정도 퍼져 있었던 것은 사실. 장의 기하학적 패턴만을 다룬다고 할 때, 장의 기하학화가 장을 집합으로 표현해야 할 이유는 없겠죠.

당근님 관심사를 어느정도 충족시켜 줄 지도 모르는 글->
KARL MENGER TOPOLOGY WITHOUT POINTS
https://scholarship.rice.edu/bitstream/handle/1911/9052/article_RI271080.pdf?sequence=5
잘 모릅니다만 locale, topos와 관련 있는 듯...
http://www.neverendingbooks.org/did-nobeling-discover-toposes-2
카를 멩어 학파 구성원들을 보면 멩어가 리더쉽 있는 인물이었던 듯. 멩어와 괴델은 수학적 업적만으로만 비교한다면 좀 어울리기 힘들어 보인다는 ...
점 없는 위상수학은 들어본 적은 있어요. 지나치게 추상적(?)으로 보여서 살펴보는 걸 포기했었는데 멩거의 글은 초기 시도라 그런지 읽어볼만은 한 것 같네요.

그런데 사실 위상공간을 다룰 때 취하는 태도가 크게 두가지인데

1. 주어진 구조를 이용해 지극히 추상적으로 다룬다 -> 대수학과 범주론, 공리적 방법 이용. 점 없는 위상수학도 이러한 측면.

2. 특정한 수량화가 가능하다면 이를 통한 분석
-> 해석학적 또는 기하학적 접근. 좌표화와 계량 및 측정 개념 이용.

인데 2의 경우, 점이 없는 걸 생각하기가 쉽지는 않습니다. 따라서 점에 대한 해석은 '물체가 점유할 수 있는 곳' 정도일텐데 그렇다면 공간 해석의 문제가 등장하니 지나치게 공간 이미지에 집중하면 찜찜할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물론 저는 그저 '좌표' 사이의 관계를 통합하는 추상적 장치 정도로 여겨서 이런 부분은 피해가는 편.

하지만 2의 접근은 '보편적 공간 개념'이라는 환영이 안 생기기가 힘든 것 같기는 해요. 세밀한 분석과 추상적 측정 과정과의 연관성을 생각하면 2의 접근을 피하기도 힘드니 잘 받아들여야 할텐데...

수학적 장치의 기능보다는 지나치게 실재론에 호소하고 있다는 인상이 언제나 많이 듭니다.

덧. 어찌되었건 집합 혹은 그와 유사한 수학적 개념의 다양한 규정 방식을 놓고, 각각이 어떨 때 유용할지 정리해놓으면 교육 자료로서 좋을 것 같네요. 이런 건 제가 언제 해봐야 할텐데...

한편 범주론적 시각도 현재는 상당히 보편화된 편이라 현재 활동하는 수학자 중에는 집합 순수주의자들은 주류는 아닌듯 해요. 이런 분들 입장에서는 대상 사이의 관계만 규정해도 충분하다 생각. 물론 그렇다보니 abatract nonsense란 slogan이 불가피해진 것이기도 하죠...
적절한 표현을 매개로 해서만 적절한 추성화 과정도 일어난다. 이 작업의 마지막 핵심 논제인데, 수학의 경우 이론화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형식 이론화 혹은 형식 공리체계까지.... 때문에 플라톤니즘 블라블라는 영원히 사라지지 않을 듯. 다만 논의를 좀 더 진행해 일상적 합리성->형식적 합리성의 일방향성 비순환 구조를 다루면, 수학의 플라톤니즘은 부정은 할 수 없어도 결코 인지적 측면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수 없는 입장임은 보일 수 있습니다.

칸트의 경우, 선험성 블라블라는 기하학자들의 칸트에 대한 반감을 정리하는 것만으로도 깰 수 있는데, 이것도 체계적으로 다루어지지 않은 듯. 아무튼 집합의 여러 개념들을 가지고 어느 것이 어느 분야에 유용한지를 따져 보는 것은 중요한 작업. 반드시 진행하시길 ... 지금부터 생각나는 것들을 조금씩 정리해 놓는 게 좋아요.

happhys님이 링크한 사이트를 보며 든 생각
Karl Meneger는 경제학자 칼 멩어의 아들인데, 당시 비엔나를 보면 누구누구의 후원으로 5-10명이 모여 쉽게 학파를 구성... 5년 안에 결과를 내 놓음. 칼 멩어나 괴델 등을 보면, 이들이 2차 대전을 거치면서 미국으로 건너 가서는 창의적 작업을 내 놓지 못한다는 ... 분석철학의 경우, 카르납 등은 미국가서 더 유명해지기는 하지만, 그전 오스트리아 전통의 논의의 풍부성은 미국에서 완전히 상실. 결국 천재적 업적들이라는 것도 개인 간 거래 관계에 의존적. 이 사회가 안타까운 게, 단 몇억만으로도 학파 하나 만들 수도 있는데, 무조건 정부 기관 무슨 무슨 프로젝트, 돈 많은 자들의 쓰레기 재단 만들기로 재원 소모. 남는 건 아무것도 없고 ...결론: 천민자본주의(돈 가진 자들이 돈도 제대로 못한다는 것)

'비판적 사고' 카테고리의 다른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