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과 철학/ GK 비판적 사고

인지와 경험 (60)

삼각형은 180도, 로크의 예증 | 인지와 경험
착한왕 이상하 2018.06.07 23:26
두 점 사이를 직선으로 연결해 선분을 얻을 때, 두 점 사이의 최단 거리는 그 선분의 본질적 속성일까? 아니면 그 최단 거리는 그 선분을 만드는 활동에 수반되는 것일까? 정말 흥미로운 물음들이다. 왜 칸트는 전자의 물음에만 긍정적으로 답할 수밖에 없는지, 그리고 왜 후자의 물음에 대해 긍정하는 것이 더 상식적인지를 따져보는 것은 '익사이팅'하다. 칸트 철학에 대해 안다고 생각하는 분들은 왜 그런지 따져보시길 ...

최근 칸트 전집이 완역되었다는 것이 신문 기사로 떴다. 사실 유명 철학자 전집 완역과 같은 것이 일간지로 보도되는 나라는 흔치 않다. 이 땅은 그런 흔치 않은 곳이다. 그런데 지금과는 다른 사고방식을, 그래서 이질적인 용어들을 사용하는 근대 철학자들을 둘러싼 비판적이고 생산적인 논쟁은 왜 이 땅에서 벌어지지 않는 것일까? 칸트의 경우, 전집까지 완역되었는데 말이다.

내 개인적 느낌을 말하면 이렇다. 근대 철학, 특히 독일 관념론이나 근대 프랑스 계몽주의 사상가들을 다룬 논문들을 보면 솔직히 뭘 말하려는지 모르겠다. 논문이 다루는 원저보다 더 복잡한 암호체계 같다. 모든 철학적 사고방식은 한계를 갖게 마련인데, 그 한계를 분명히 해주지 못하니, 생산적 논쟁도 나올 리 만무하다. 이런 와중에 근대 철학의 용어들, 관념, 이성, 자율성 등이 일상생활에 정착한 희안한 나라가 이 땅이다.

근대 철학자들 중 상당수가 자연 과학과 수학에 관심을 가졌다는데, 그 관심이 뭔지를 구체적으로 밝힌 논문은 극소수다. 이유는 이렇다. 홉스의 신학적 유물론을 다루면서 그가 수학자로서 고민했던 squaring the circle문제를 언급하지만, 그 문제를 그가 어떻게 접근했는지는 밝히지 않는다.

근대 철학자들의 사고방식을 좀 더 정확히 이해하려는 사람에게 지름길은 그저 원문 강독하고 자기들끼리 취해서 관념 어쩌고 저쩌고 나불거리는 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차라리 인터넷 등을 뒤져 그들이 다뤘던 자연 과학과 수학의 구체적 보기들을 분석해 보는 게 낫다. 근대 철학자들 상당수가 기하학적 지식의 예증을 다루었다. 그들이 다루었던 예증들을 골라 분석해 보고 서로 비교해 보면, 오히려 그들 특유의, 가끔은 판타지 소설 같은 황당한 사고방식과 그 한계가 드러난다.

칸트의 예증은 '삼각형은 180도이다'보다 좀 더 복잡한 것을 사용한다. 칸트의 예증은 현재 작업 중인 원고의 부록으로 사용할 것인데, 여기에 올리지는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