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으로 이사한지 만 2년이 딱 넘었다. 오던 해 그 겨울 흰 눈이 온 대지에 하얗게 꽃잎처럼 흩날리던 그 날을 기억한다. 도회의 건물들이 아닌 그저 빈 대지의 공간에 쏟아져 내리던 그 눈은 내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했던 어느 봄날의 흰 꽃잎 같은, 환희였다. 오랜만에 한가한 시간이..
온양장에서 수닭 한 마리와 암닭 다섯 마리를 샀다. 마리 당 7000원. 계란파동 이후 시골에 살면서 계란을 사 먹다니 싶어 닭장을 만들어 달라 떼를 썼더만, 요렇게 쫌 좁다? 닭장이 좀 좁다고 수 차례 말을 했건만 그 고집을 꺽지 않았던, 이웃분께서 좀 작다하니 다시금 고민에 빠진 양반! ..
지누가 27살, 첫돌 때 이곳에 왔으니 어년 26년 만에 떠나게 되네. 돌아보면 살아왔던 곳곳 가끔씩 기억에 남아, 먼 그곳 바라보기라도 하는 듯, 먼 가시거리에 시선을 두곤 어렴풋하고 아련한 기억에 미소를 짓게 되네. 만나지 못하고 헤어지는 친구들, 이른 아침부터 이별에 대한 아쉬움을..
집안의 몰락으로 게이샤가 된 쵸쵸상(나비부인)과 나가사키 주재 미국 해군중위 핑커톤은 집안의 반대와 친구들의 만류를 무릅쓰고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생활한다. 하지만 곧 돌아오겠다는 말을 남기고 미국으로 돌아간 핑커톤은 쵸쵸상(나비부인)을 잊고 '다른 여인과 다시 결혼을 ..
몇 년 만의 그녀였던가? 어찌어찌 연락이 와 이사도 하고 하니 그냥 헤어질 수 없는 사람이라 예전처럼 동부 여성회관서 만났다. 그랬던 것처럼 반갑고, 깊이 있던 시간들, 점심을 하고 선물을 하고는, 그리곤 나 또한 선물을 받고는 헤어졌다.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마음으로 담아..
-수납의 계절/김영남- 애인을 버리는 데에도 과감해져야하는 게 수납의 제1원칙 세 번 이상 변치 않는단 말을 듣는 순간 애인도 쓸모없는 살림살이 버리고 정리하자 불용품에서 추억을 쉽게 뭉갤 수 있을 때 번잡하지 않은 주변과 함께 진정한 애인, 가을은 탄생한다 정돈된 생..
하나, 둘, 셋, 넷, 다섯... 계단을 오를 때 그녀는 습관처럼 계단을 세며 오른다. 제 나이만큼 수의 계단이 있을때의 안도감을 이젠 느낄 수 없어. 이젠 계단 수를 세지 말아야지. 선선하지만 아직은 상큼한 아침 공기를 마시며 훌쩍 떠날 수 있는 용기에 그래도 안심하며 고속버스 터미널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