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로마 '진실의 입' 선물 오석만 선물 폭탄을 맞던 날 아내는 119를 불렀고 시력의 일부를 잃었다 응급실로 실려가면서 따뜻한 아내의 손에서 작은 떨림을 느꼈고 컴컴한 세상이 두려움으로 다가왔다 시간의 건반을 때리며 생명의 줄을 타던 뇌졸중집중처리실에서는 텅빈 머리가 ..
제주 전농로 청사초롱 오석만 풍악을 울려라 푸른 시간 날줄에 붉은 사랑 씨줄을 엮어 서로 존경하며 사랑하고 서로 이해하며 양보하고 정성을 다하여 새 길을 만들어 높이 높이 들어 올려라 어와둥둥 어와둥둥 불을 밝혀라 이제 부부의 길을 가면서 함께 노래를 부르니 아름답고 조화롭..
태안해변 바퀴벌레 오석만 이상하다 분명 한 마리가 나의 목줄기를 타고 기어 내려오고 있었는데 어느새 사라져 없어지고 내가 그 놈의 배를 기어오르고 있다 그 놈은 내 머리통을 갈기며 피가 튀어나오고 눈깔이 빠지는 고통쯤은 웃어넘기며 내가 그 놈을 후려치듯이 그 놈이 나를 후려..
하얀 죽음(시,사진/오석만) 광교산 하얀 죽음 오석만 지금 어디쯤에서 달려오고 있다 뒤뚱거리는 걸음걸이로 투덜대는 표정으로 지금 어딘가에서 쳐다보고 있다 심술궂은 눈짓으로 일그러진 몸짓으로 매번 달려와 사라지는 투명한 시간을 주무르면서 언제 올 거냐며 손짓하는 바람의 유..
광화문 광장 구경꾼 오석만 사고가 났다 뒷동산에서 풍뎅이 다리를 뚝뚝 끊어 손님을 맞이하던 빙빙 돌던 하늘이 광화문 광장에 내려왔다 다리 하나에 머리는 없고 말없이 시간을 말해주는 팔뚝은 반쪽 피도 없는 구경꾼이 되고 거꾸로 쳐다보며 콧노래 부르고 팔짱끼고 멀리에서 웃고..
노을 오석만 노을 속을 걷는 것은 밤을 향해 새벽을 기다리며 어둠 속 희망으로 가는 것이다 노을 속을 걷는 것은 바람을 비껴가며 새들도 나뭇가지에 모여 오늘을 이야기하는 것이다 노을 속을 걷는 것은 아픔도 슬픔도 기쁨도 불타고 아쉬워하며 내일을 준비하자고 서로 약속하는 것이..
안성 서일농원 항아리 오석만 나는 시간이다 항상 비어 있어 자유롭고 싶다 마음 낮추고 내일을 봐야 무르익는 시간이 자유롭다 나는 꿈이다 항상 꿈꾸며 아름다운 삶을 살고 싶다 인내를 배우며 바로 세상을 봐야 꿈꾸는 삶이 아름답다 나는 바람이다 항상 흐르면서 날아 오르고 싶다 ..
가락시장 생선회 오석만 부드러운 살을 씹으며 부드러운 배반을 살찌운다 그런 눈으로 나를 쳐다 보지마오 깜박거리는 아가미와 입이 무엇을 말하는지 피조차 잃어버린 하얀 살점들이 무엇을 찾고 있는지 오늘 한 잔의 슬픔에 목숨을 걸고 맹세할 수 있다오 튼튼한 위장을 위하여 즐거..
안면도 꽃지해변 겨울바다 오석만 바람을 일으키며 하얀 눈이 내리고 있었지 호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 해변을 거닐며 바다 속을 거닐 듯 눈바람을 맞고 있었지 바다가 통채로 삼키기를 바라며 그저 하얀 눈을 맞고 있었지 하얀 거품을 일으키며 찬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지 산다는 것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