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키스에 대하여 정호승 내가 난생 처음으로 바라본 바다였다 희디흰 목덜미를 드러내고 끊임없이 달려오던 삼각파도였다 보지 않으려다 보지 않으려다 기어이 보고만 수평선이었다 파도를 차고 오르는 갈매기 떼들을 보며 나도 모르게 수평선 너머로 넘어지던 순간의 순간이었다 수..
걸리버 이야기 임재정 1. 거인 등에 우리 살던 옛집 흔들림은 근사한 놀이여서 어깨에 앉아 거인의 귀 잡고, 마부가 되어 어디든 간다 이럇, 거인 귓바퀴에 묻힌 이야긴 다 엿들으면서 밤이면, 거인이 몰래 남의 산비탈에 심은 고추모종 이라서, 나는 뿌리내리기 창피한 되먹지 못한 떡잎, ..
스크랩] 새로운 육체의 방식-박지웅, 임재정, 나희덕 세 시인의 작품세계 / 서안나| 시와 수필king1008|조회 23|추천 0|2018.06.24. 19:18[지난 계절의 시] 새로운 육체의 방식 ⸻박지웅, 임재정, 나희덕 세 시인의 작품세계 서안나 나는 편의점에 간다. 많게는 하루에 몇번, 적게는 일주일에 한번 정..
출처: 아시아경제-최종수정 2018.06.29 08:49 기사입력 2018.06.29 08:47 [오후 한 詩]노을의 서사/임재정 한강 둔치 너머 하늘엔 타다 만 연탄이 한 장 떠 있어요 눈도 입도 다 지운 누이는 창백할 뿐, 내겐 아무 감흥도 더할 것 뺄 것도 없이 그래야 합니다 1973년 이후, 강물에 세상 저녁을 불빛과 ..
이곳에 숨어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송찬호 이곳에 숨어산 지 오래되었습니다 병이 깊어 이제 짐승이 다 되었습니다 병든 세계는 참으로 아름답습니다 황홀합니다 이름 모를 꽃과 새들 나무와 숲들 병든 세계에 끌려 헤매다 보면 때로 약 먹는 일조차 잊고 지내곤 한답니다 가만, 땅에 엎드..
출처-학산문학 (2018여름호) 배수연 • 임재정 시집 읽기 서윤후 시인 ‘조이’라는 새로운 감촉 —배수연 시집 『조이와의 키스』, 민음사 첫 시집의 세계란 숭고하기도 하고, 혼란스럽기도 하다. 그 안에서 정돈되어가는 여러 포즈를 포착하기도 하지만, 그것만으로 첫 시집의 세계를 정..
시집「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 스패너와의 저녁 식사 임재정 모차르트와 칸트는 잘 몰라요 마구 대하면 물고 열 받은 만큼 체온이 변할 뿐이죠 스패너 말이에요 내 손바닥엔 그와 함께한 숱한 언덕과 골짜기로 가득해요 지친 날엔 함께 사촌이 사는 스페인..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 임재정 시집 ■책소개 겹눈으로 바라보는 사물들의 세계 임재정 시인의 첫 시집 『내가 스패너를 버리거나 스패너가 나를 분해할 경우』가 문예중앙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이 2009년 진주신문 가을문예에 「뱀」으로 등단한 이후 써 내..
코끼리끼리 임재정 짧은 코에 대한 어떤 질문도 금하기로 해 우린, 모두, 조금씩, 병들었으므로 기대어 울먹이는 것쯤은 이해 해 줄게 (네 박자를 따라, 나도, 조금, 울어도 되겠지?) 보이지? 벽에 붙은 그림자가 말을 하네 짧은 코를 맞대고 마주한 그림자가 듣네, 끄덕끄덕 하염없이 어깨..
알아요? 모란 임재정 혹, 모란 갈래요? 소풍가자- 손나팔만 해도 짠! 하고 펼쳐지는 샛길 같은 데. 뿌리째 진열된 묘목에서 복사꽃 살구꽃은 꽃답게 팡 팡, 한길 저쪽엔 신호를 기다리는 나비들도 많았죠. 좁은 듯 넓은 듯 시장통은 아련키 옛사랑인데요. 오른편으로 식육용이 왼편으론 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