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야생화 시집을 펴내며/유유 한라산 앞을 가렸던 구름이 ‘구겨졌다 펴졌다’를 반복한다. 박무같이 연한 면사포 분위기를 보여 곧 백록담의 정상 모습이 보이려니 했는데 금세 진한 장막을 치고 얼굴을 숨겨 버린다. 아침에 일어나면 매일 매일 아파트 거실 창문에 비치는 한라산..
길마가지나무의 발레/유유 스쳐 지나가는 봄 시샘 바람에 알 다리 곧추세우고 치맛자락 날리며 바르르 떤다 아직은 삭막하고 공허한 숲속 무대 정리 마치고 관중 오기 전에 발레 연습 끝내려 부지런 떨어보는 길마가지나무 꽃 주변을 의식 말고 집중력 발휘 우아한 춤사위가 왜 이리 어..
겨울 꽃 갯국화/유유 지금 산에는 눈이 내리고 있겠지 그윽함을 자랑하던 산꽃들은 낙엽 속으로 숨어 들어가 참선을 시작했을 거야 들에는 새매만이 공중을 맴돌 거고 넓은 땅을 수놓았던 들꽃들도 앉았던 흔적 모두 지운 후 사라져버렸겠지 바닷가도 매서운 바람 불기 시작해 꽃들은 하..
와선의 경지/유유 우기면 될까 잠자는 것 아니고 와선 수행 중이라고 알 게 뭐야 그거나 그거나 같아 보이는데 그래도 그게 아니지 남의 눈을 의식하지 않는 내면의 자세가 중요할 것 퍽이나 요즘 세상에 거짓과 위선이 더 잘 통하는 현실이니 그대로 살아야지 그냥 잠이나 잘 걸 괜스레 ..
벼랑끝전술의 관람/유유 할리우드 영화라면 재미가 쏠쏠할 것 그러나 당사자 되면 얘기가 달라진다 목젖에 칼끝이 닿아 당하기만 하도다 한두 번 통하다 보니 계속해서 써먹는다 그래도 당하는 건 한심한 정치인 때문 벼랑에 매달려 있어도 꿀 빨기에 정신없다. 사진1; 서귀포시 중문동 ..
거북바위 하품한다/유유 무슨 욕심 그리 많아 입꼬리 길어 졌나 머리끄뎅이 잡히고도 웃어대는 뻔뻔함 권력은 순간이기에 수인번호 예약했다 가진 자 치사스럽지만 힘 있는 자 가증스러워 내로남불 당연한 그들이 더 무섭다 얼마나 오래 갈것인가 거북바위가 하품한다. 사진1; 안덕면 화..
그리운 옛 시루떡/유유 구분된 조화였지 예전의 우리 사회 팥고물 쌀가루가 제 위치 지키면서 굳건한 조직 만들며 일상 속에 녹았다 담 넘어 나눠주던 정이란 먼지 되고 문 닫아 외면하며 독선이 판을 치니 모래알 무슨 힘 있나 시루야 어디 있는가. 사진1,2: 고산 수월봉의 퇴적암 지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