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물장이 서는 날이었지요. 상가 문 여닫을 공간 외 온통 물건들과 사람들로 꽉 들어찼습니다. 장터의 왁자지껄은 늘 저의 흥분과 호기심을 자극해 바쁜 발길을 더디게 하지요. 한참을 좌판마다 기웃거리는데 어디선가 날선 목소리들이 들렸습니다. 한 가게 앞에서 몇몇의 장꾼들이 모여 ..
-아니, 내가 자기 뒤치다꺼리나 하려고 육아휴직을 냈냐고요! 애보고 장보고 청소하고 빨래하고 다 좋아요! 근데 새벽부터 비몽사몽인 채로 익숙하지도 않은 아침준비로 바쁠 때면, 내가 꼭 입주도우미 같아서 자존심이 확 상해요! 요즘처럼 남편이 미울 때가 없다니까요! 속사포로 쏟아..
이용자가 도서관직원에게 사과의 의미로 주었다는 노란 프리지아. 머그잔에 꽂인 프리지아가 도서관을 노랗게 밝히고 있다. 도서관 가득 채우던 향기가 한동안 복도까지 밀려나가 지나는 이들의 코까지 벌렁이게 하고 문을 열고 들어오는 이들마다 아, 짧은 탄성을 이끌며 상쾌함을 선물..
시어머니와 두 아들내외가 둘러앉은 즐거운 금주타임! 어쩌다 정치얘기가 흘러나오기 전까지는 이보다 더 이상적일 수 없는 가족의 모습이었지요. 진보성이 강한 시동생은 자신의 의견피력에 열을 올리다 장인까지 끌어들이게 되었지요. 6.25의 아픔을 보고 월남전까지 참전하신 분으로 ..
걔는 정말 양아치였거든요. 친구들이 그렇게 눈치를 주는데도 항상 헤헤거리면서 술자리에 끼는 거예요. 것도 돈 한 푼도 없이요. 정말 상종하기 싫은 놈이었는데 복학해보니까 걔가 여전히 바보처럼 헤헤거리고 있는 거예요. 얼른 피하려고 했는데 어쩌다 얘기를 하게 됐어요. 헌데 내가..
“작가는 인세를 받아야 진정한 작가다” 나름 잘 나가는 한 전업 작가가 제게 입버릇처럼 한 말입니다. 처음에는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던 말입니다. 내 돈 안들이고 책을 내는 것이 목표인 제겐 너무 먼 일이었으니까요. “딴생각하기 좋은 시간”이란 동시집출간을 하고나서부터..
오랜만에 서울에서 지하철을 탔습니다. 출근시간이 지났음에도 제법 서있는 이들이 많았지요. 언제부턴가 서 있을 자리를 잡는 것이 참 어려워지더군요. 보기에도 피곤에 절어있는 젊은이들이 혹시라도 부담스러울 것 같기도 하고, 문턱은 타고 내리는 이들에게 너무 휩쓸리고..... 잠시 ..
합가 이후 저희 집에 새롭게 생겨난 현상이 있습니다. 부모님과의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긴 날이면 영락없이 온 식구들이 헛기침을 해댑니다. 순식간에 온 집안을 채우는 어색한 기류 때문이지요. 가족 대부분이 무뚝뚝하고 소심한 성격들이라 어색한 기류를 쉽게 떨쳐내지 못합니다. 그래..
저는 청주에서도 살았고 덕소에서도 살았고 지금은 원주에서 살잖아요. 청주 집은 엄청 좋았는데 좀 별로였어요. 현희누나가 너무 똑똑해서 우리 누나 말을 잘 안 들었거든요. 원주도 그냥 별로예요. 수영선생님이 매일 꽥꽥- 소리만 지르거든요. 근데 덕소는 정말 행복한 곳이었어요. 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