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병마와 씨름하던 저는 2011년 블로그를 처음 개설하면서
25.000일을 넘기기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으로
"25.000일의 가을여행"이라고 이름 지었습니다.
폐차에 가까워 건강에 워낙 자신이 없던 저는
살아야 한다는 생각 보다는 떠나야 한다는 생각을 먼저 했던 것이죠.
그후 자연의 이치가
제 몸과 다를 것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제 생각에 크나큰 변화를 가져왔고 몸 역시 달라졌습니다.
밟혀 쓰러져도 사흘이면 일어날 줄 아는 풀 한 포기와
모진 추위와 비바람을 맞으며 척박한 환경에서도 잘 살아가는
나무 한 그루가 병약한 저에게는 둘도 없는 스승이었습니다.
병마에 시달리던 세월이 너무 길었습니다.
하지만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 되었네요.
그 때문일 것 같습니다.
자연의 이치를 알게 되어 몸이 변하고
날마다, 날마다 세상이 달라져 보이는 것...
급기야는 염라대왕한테 물어보지도 않고 5.000일을 더 늘려
"30.000일의 세상구경"으로 변경하게 되었던 것이죠.
그러고 또 1년이 흘렀습니다.
이제는 또 한 단계를 수정해 인생의 새판 짜기,
즉 "나는 오늘 변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정진현의 세상구경"으로 바꾸게 되었습니다.
세상은 제가 살기 어렵고 건강을 회복하기는
더 어렵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처럼 제 운명을 제 생각으로 판단하고
부끄럽게 세상을 살았던 것 같습니다.
자연은 유유히, 그리고 도도히 흐릅니다.
그동안 배운 상식이나 지식이 제게 가르쳐 준 것은
오만과 위선 말고 무엇이 있었던가 싶네요.
그리고 제 필명 시마니를 쓰지 않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제 나름 뜻은 좋지만 어감이 시마이 즉 일본어로
끝을 의미하는 しまい(終い)가 되어 쓰지 않기로 한 것입니다.
제 인생, 자연의 흐름 따라 오늘 세상 속으로 출발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