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um 풀향기글방을 찾아주시는 이웃님들께 감사한 마음 전합니다. 제가 Daum 블로그 관리 안 한지가 4년이 넘었네요. 찾아주신 분들께 불편을 드려서 진심으로 죄송한 마음입니다. 당분간 Daum 블로그를 관리를 못 할 것 같아서... 네이버에 있는 풀향기글방 주소를 남깁니다. http://blog.naver.com..
아름다운 사이 ------------------------------------공광규 이쪽 나무와 저쪽 나무가 가지를 뻗어 손을 잡았어요 서로 그늘이 되지 않는 거리에서 잎과 꽃과 열매를 맺는 사이군요 서로 아름다운 거리여서 손톱 세워 할퀴는 일도 없겠어요 손목 비틀어 가지를 부러뜨리거나 서로 가두는 감옥이나 무덤이 되는 ..
숟가락의 운명 -----------------------------------이재무 밥집에 앉아 밥 나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상 위에 놓인 숟가락 골똘히 들여다본다 숟가락 맨 처음 세상에 내놓은 이 누구일까 출생년도와 출신지를 알 수 없는 이 숟가락 든 손 얼마나 될까 한탄과 눈물로 숟가락 든 이가 있을 것이다 겸허와 감사로 숟..
흔들리며 피는 꽃 ------------------------------------도종환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아름다운 꽃들도 다 흔들리며 피었나니 흔들리면서 줄기를 곧게 세웠나니 흔들리지 않고 가는 사람이 어디 있으랴 젖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 이 세상 그 어떤 빛나는 꽃들도 다 젖으..
시를 읽는다 -----------------------------------박완서 심심하고 심심해서 왜 사는지 모르겠을 때도 위로 받기위해 시를 읽는다. 등 따습고 배불러서 정신이 돼지처럼 무디어져 있을 때 시의 가시에 찔려 정신이 번쩍 나고 싶어 시를 읽는다. 나이 드는 게 쓸쓸하고, 죽을 생각을 하면 무서워서 시를 읽는다. ..
쉰 ----------------------------------------이은봉 더는 뜻 세우지 못 하리 더는 미욱해지지 못 하리 더는 천박해 지지 못 하리 더는 사랑에 빠지지 못 하리 더는 술 취해 길바닥에 나뒹굴지 못하리 더는 비 맞은 초상집 강아지 노릇 못 하리 가을이 오면 푸르른 호박잎 죄 마르는 거지 누런 알몸 절로 불 거지는 ..
낡은 의자 -----------------------------------김기택 묵묵히 주인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가 늦은 저녁, 의자는 내게 늙은 잔등을 내민다. 나는 곤한 다리와 무거운 엉덩이를 털썩, 그 위에 주저앉힌다. 의자의 관절마다 나직한 비명이 삐걱거리며 새어나온다. 가는 다리에 근육과 심줄이 돋고 의자는 간신히 ..
지도에 없는 집 -------------------------------곽효환 지도에 없는 길 하나를 만났다 엉엉 울며 혹은 치미는 눈물을 삼키고 도시로 떠난 지나간 사람들의 그림자 가득해 이제는 하루 종일 오는 이도 가는 이도 드문 한때는 차부였을지도 모를 빈 버스 정류소 그곳에서 멀지 않은 비포장길 지금 어디에 있다..
밥값 -----------------------------------정호승 어머니 아무래도 제가 지옥에 한번 다녀오겠습니다 아무리 멀어도 아침에 출근하듯이 갔다가 저녁에 퇴근하듯이 다녀오겠습니다 식사 거르지 마시고 꼭꼭 씹어서 잡수시고 외출하실 때는 가스불 꼭 잠그시고 너무 염려하지는 마세요 지옥도 사람 사는 곳이겠..
꽃잎 -----------------------------------도종환 처음부터 끝까지 외로운게 인생이라고 생각하면 눈물이 난다 지금 내가 외로워서가 아니다 피었다 저 혼자 지는 오늘 흙에 누운 저 꽃잎 때문도 아니다 형언할 수 없는 형언할 수 없는 시작도 아지 못할 곳에서 와서 끝 모르게 흘러가는 존재의 저 외로운 나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