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선재 주변은 왜그런지 황혼을 짙게 느끼게 한다. 아마도 최근세사에서 영친왕과 이방자 여사, 그리고 덕혜옹주 등이 이곳에서 어려운 삶을 사시다가 여생을 마친 일들이 우리의 뇌리에서 사라지지 않은 탓인지 모르겠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수확을 기다리고 있었으나 보는 마음이 편치 않았다.
옥류천은 후원 북쪽 가장 깊은 골짜기를 흐른다. 1636년(인조 14년)에 거대한 바위 소요암을 깍아 내고 그 위에 홈을 파서 휘도는 물길을 끌어들여 작은 폭포를 만들었는데 그 폭포가 떨어져 옥류천이 시작된다. 깊숙히 자리잡은 옥류천을 돌아 나오는 이 코스는 1976년 경 폐쇄되었다가 거의 30년만에야
누가 붙였는지 11월 11일은 빼빼로 날이라는 이름으로 고정되었다. 아마도 연인들끼리라면 저 가늘게 뽑아놓은 과자, "빼빼로"를 서로 먹여주고 나아가서 입술로 부려뜨려 나누어 먹기도 하고, 또한 그러다가 입술 맞춤도 하는 그런 낭만적 내용으로 마침내 이 날의 뜻은 진화되고야 말았으리라. 하지만 내게는 아픈 기억이 있다. 문청시절, 내 가까운 문우이자 화가 지망의 청년이 돌연 자살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