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12월이다. 백화점들은 출입구와 벽면을 울긋불긋하게 치장하며 연말연시라고 소리를 치지만 12월 초순이라 그런지, 호주머니 사정이 마땅하지 못해 그런지, 시민들은 차분하기만 하다. 매듭이 없는 게 시간이지만, 한 달이 지나면 송구영신. 우리는 어김없이 한해를 보내고 새로운 해를 맞을 것이다. 거실은 곧 두툼한 새 달력을 맞을 테지. 기축(己丑)년 소는 벌써 지쳤다. 경인(庚寅)년 호랑이가 바통을 이어 받을 ...
올해는 경인(庚寅)년 호랑이띠의 해다. 해마다 그렇듯 다사다난했던 기축년을 보내고 대망의 2010년이 시작된 거다. 미국에서 비롯된 경제한파가 본격적으로 걷히고 이제 경제성장만이 우리를 기다리는 호랑이 해. 아직 고용이 불안하지만 성장이 진행되면서 소비도 진작될 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의 올해 성장치를 4.4퍼센트라 예상했다. 한국개발연구원과 민간경제연구소도 비슷한 전망을 내놓으며 대한민국...
요즘 대학생들은 등산갈 때 배낭에 뭘 넣을까. 의식주를 전부 집어넣고 떠났던 1970년대, 우리의 배낭에 꽁치와 정어리 통조림은 빠지지 않았다. 영양분이나 맛보다 그저 값이 쌌기 때문이었는데, 육포가 아주 비싸고 귀했던 시절, 산에서 밥해먹을 때 유용한 육식이 고작 그 정도였다. 1980년대 초 참치 통조림이 나오면서부터 세상은 바꿨다. 요즘은 정어리나 꽁치보다 각종 참치 통조림을 취향에 따라 챙길 것이다. 참치 ...
날씨가 춥다. 겨울이라 그렇다지만 삼라만상의 생물은 기온이 갑자기 내려갔을 때 특히 춥게 느껴진다. 열대지방에서 건너온 동물이 이런 겨울에도 동물원 바깥을 서성일 수 있는 경우와 마찬가지로 물기가 많은 곳에 뿌리내리는 버드나무가 매서운 추위에 얼지 않는 것은 온도가 서서히 바뀌기 때문이다. 사람도 온도가 갑자기 변할 때 병이 도진다. 환절기에 부고장이 많이 날아오는 이유가 거기에 있을 것이다. 이른 봄 두...
요즘 도시는 물론 시골에도 보기 어려워졌지만 어릴 적 도심에서 떨어진 마을에 참중나무가 많았다. 안방과 건넛방 사이에 마루가 있고 마루 뒤에 부엌이 있는 낮은 기와지붕 집은 동네에서 흔하디흔했는데, 기억에 그런 우리집 뒤에 참중나무가 담벼락을 따라 여러 그루 심겨 있었다. 집장사에게 샀으니 아버지가 심었을 리 없는데, 해 질 무렵 어디선가 수백 마리의 참새들이 떼 지어 날아들고 아침이면 모두 종알대니 도저...
1 2007년 12월 7일 오전, 충남 태안 앞바다는 순식간에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입었다. 현대오일뱅크에 납품하는 원유를 가득 실은 홍콩 선적 14만6800톤 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 호를 인천대교 상판 공사를 마치고 귀환하는 삼성중공업의 해상크레인이 들이받아 만 2천 톤의 원유를 바다에 흘린 대재앙이 발생한 것이다. 원유의 피해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경고였을까. 한 시사주간지는 ‘검은 시...
올해 단풍이 유난히 붉고 아름다웠다. 강원도 높은 산부터 붉게 물들이던 단풍이 남도로 이어지며 절정을 이뤘다. 계절이 순조로웠기 때문이라고 기상 전문가는 풀이했다. 겨울은 더 두고 보아야겠지만 올 봄과 여름도 가을처럼 계절다웠다. 봄엔 따뜻했고 무더웠던 복을 지나 특별한 이상기후도 없었다. 실로 오랜만에 만난 계절다운 계절의 연속이었다. 작년 이맘 때 우리 가을은 늦여름처럼 더웠다. 늦더위가 11월까지 계...
“살리기”라는 가면을 쓴 4대강 삽질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삽질이라 하지만 가보면 삽을 들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굴삭기와 불도저와 덤프트럭의 일대 향연이 벌어진다. 다시 말해 일자리 창출은 언감생심이라는 거다. 뉴딜과 같은 경기회복이라는 명분은 그 순간 퇴색되고 만다. 실제로, 인천의 정서와 아무 관련이 없이, 누구의 의견을 수렴했는지 밝히지 않은 여론조사로 작명했다고 우기는 경인운하 아니 ‘아...
탤런트 이광기 씨의 아들이 신종플루로 인한 폐렴으로 사망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치료제인 타미플루 투약 시기를 놓쳐 그만 귀여운 생명 하나가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뜨고 만 것인데, 언론은 그 아이가 유명 연예인의 아들이기에 관심을 모은 것만은 아니었다. 신종플루에 감염되고 사망하는 시간이 매우 빨라졌다는 사실이 걱정스러웠던 거다. 아주 건강했다던 이광기 씨의 아이는 발병 3일 만에 목숨을 잃었다. 백신이 처방...
들어가는 글 ‘신종플루’라. 이름이 참 무책임하다. 인플루엔자, 줄여서 플루, 다시 말해 독감 바이러스는 어떤 바이러스보다 변형이 많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앞으로 신종플루가 변형되어 나타나면 어떤 이름을 붙여야 하나. ‘또신종플루?’ ‘다시신종플루?’ ‘자꾸신종플루?’ 아무튼, 우리 정부의 작명 솜씨는 세계보건기구(WHO)를 주무르는 미국보다 한 수 아래인 게 분명하다. 미국은 ‘인플루엔자A H1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