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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떠나야겠다 두 홉 크기 소주잔을 들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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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이 분다 떠나야겠다 두 홉 크기 소주잔을 들고……. |
재춘이 엄마 - 윤제림 재춘이 엄마가 이 바닷가에 조개구이 집을 낼 때 생각이 모자라, 그 보다 더 멋진 이름이 없어서그냥 '재춘이네'라는 간판을 단 것은 아니다재춘이 엄마 뿐이 아니다보아라, 저갑수네, 병섭이네, 상규네, 병호네 재춘이 엄마가 저 간월암(看月庵)같은 절에 가서기왓장에 이름 쓸 때,생각나는 이름이 재춘이밖에 없어서'김재춘'이라고만 써놓고 오는 것은 아니다재춘이 엄마만 그러는 게 아니다.가서 보아...
아배 생각 - 안상학 뻔질나게 돌아다니며외박을 밥 먹듯이 하던 젊은날어쩌다 집에가면씻어도 씻어도 가시지 않는 아배 발고랑내 나는 밥상머리에 앉아저녁을 먹는 중에도 아배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니 오늘 외박하냐?-아뇨 올은 집에서 잘 건데요-그케, 니가 집에서 자는 게 외박 아이라? 집을 자주 비우던 내가어느 노을 좋은 저녁에 또 집을 나서자퇴근길에 마주친 아배는-야야, 어디 가노?-예……. 바람 좀 쐬려구요-왜, ...
인연 - 김해자 너덜너덜한 걸레 쓰레기통에 넣으려다 또 망설인다 이번에 버려아지, 이번엔 버려야지, 하다 삶고 말리기를 반복하는 사이 또 한 살을 먹은 이 물건은 1980년 생 연한 황금색과 주황빛이 만나 줄을 이루고 무늬 새기어 제법 그럴싸한 타올로 팔려온 이놈은 의정부에서 조카 둘 안아주고 닦아주며 잘 살다 인천 셋방으로 이사 온 이래 묵욕한 딸아이 알몸을 뽀송뽀송 감싸주며 수천 번 젖고 다시 마르면서 서울까...
동변상련의, - 박라연 거주 만료된 몸을 나와 저 세상으로 가던 길목에서 문득 희로애락을 끌고 평생 수고해준 제 몸을 한 번 더 보고 싶어진 영혼처럼 그녀 차를 돌려 살던 집에 비밀번호를 눌렀다 숟가락 소리 웃음소리 서류와 옷 가구와 상처와 추억이 집을 빠져 나가니 싸늘히 식어 버렸구나! 무릎을 꿇고 함께 견딘 시간들을 주물렀다 인공호흡까지 시켰다 입을 달싹거리며 알은체하자 그녀 노잣돈 건네듯 움트는 동녘햇...
Daum에서 음란게시물 삭제요청이 들어와서 확인해보니,,, 이런!!! 그림은 물론이거니와 사진이나 공연 등 표현과 생각의 자유를 배제하고 너무 성적인 잣대로만 판단하는 건 아닌지 염려스럽습니다. 발가벗은 꼬마가 쉬~하는 분수대 사진은 어떤가요??? 제 블로그는 음란·상업적인,,, 또한, 공익을 해칠 목적으로 개설한 블로그가 아닙니다. 허나, 게시물로 인한 직·간접적인 피해가 우려된다면 이곳에 댓글 달아주시기 바랍...
그리하여 어느 날, 사랑이여 - 최승자 한 숟가락의 밥, 한 방울의 눈물로 무엇을 채울 것인가, 밥을 눈물에 말아먹는다 한들. 그대가 아무리 나를 사랑한다 해도 혹은 내가 아무리 그대를 사랑한다 해도 나는 오늘의 닭고기를 씹어야 하고 나는 오늘의 눈물을 삼켜야 한다. 그러므로 이젠 비유로써 말하지 말자. 모든 것은 콘크리트 벽이다. 비유가 아니라 주먹이며, 주먹의 바스라짐이 있을 뿐, 이제 이룰 수 없는 것을 또한 ...
세수 - 이선영 어제의 나를 깨끗이 씻어낸다 오늘의 얼굴에 묻은 어제의 눈곱 어제의 잠 어젯밤 어둠 어젯밤 이부자리 속의 어지러웠던 꿈 어제가 혈기를 거둬간 얼굴의 창백함을 힘있지는 않지만 느리지는 않은 내 손길로 문질러버린다 늘 같아 보이지만 늘 새것인 물이 얼굴에 흠뻑! 얼마나 다행스러운가, 오늘엔 오늘 아침 갓 씻어낸 물방울 숭숭 맺힌 나의 얼굴이 있고 그러나 왠지 가슴 한구석이 서늘하지 않은가, 어제는...
달려라 도둑 - 이상국 도둑이 뛰어내렸다. 추석 전날 밤 앞집을 털려다가 들키자 높다란 담벼락에서 우리 차 지붕으로 뛰어내렸다. 집집이 불을 환하게 켜놓고 이웃들은 골목에 모였다. - 글쎄 서울 작은집, 강릉 큰애네랑 거실에서 술 마시며 고스톱을 치는데 거길 어디냐고 들어오냔 말야. 앞집 아저씨는 아직 제정신이 아니다. - 그러게, 그리고 요즘 현금 가지고 있는 집이 어딨어. 다 카드 쓰지. 거 돌대가리 아냐?라고 ...
고요에 바치네 - 김경미 내가 어리석었을 때 어리석은 세상 불러들인다는 것 이제 알겠습니다 누추하지 않으려 자꾸 꽃 본다 꽃 본다 우겼었습니다 그대라는 쇠동전의 요철 닳아 없어진지 오래건만 라일락 지는 소리들 반원의 무덤이던 아침부터 대웅전 앞마당 지나는 승려들 가사먹빛 다 잦아들던 저녁,한여름의 생선 리어카와 봄의 깨진 형광등과 부러진 검정 우산 젖어 종일 접히지 않던 검은 눈동자까지 다 내가 불러들인 ...
모든 순간이 꽃봉오리인 것을 - 정현종 나는 가끔 후회한다 그때 그 일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그때 그 사람이 그때 그 물건이 노다지였을지도 모르는데…… 더 열심히 파고들고 더 열심히 말을 걸고 더 열심히 귀 기울이고 더 열심히 사랑할 걸…… 반벙어리처럼 귀머거리처럼 보내지는 않았는가 우두커니처럼…… 더 열심히 그 순간을 사랑할 것을…… 모든 순간이 다아 꽃봉오리인 것을, 내 열심에 따라 피어날 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