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아시스같은 사람 / 기필수 오아시스같은 사람이 있습니다 내가 갈급할 때 능히 물이 되어주는 사람 내가 삶을 버거워할 때 기꺼이 손을 잡아주는 사람 소요하는 세파속에서도 홀로 자적하여 늘 변치 않는 사람 황망한 대지 위에 길을 내어주어 언제든 함께 떠날 수 있는 사람 내가 이 거친 세상을 건널 때 무지개 다리를 놓아주는 사람 어느날 나의 사막밭 한가운데 오아시스를 일구신 그 사람 살며 만난 숱한 신기루들 중 ...
오피스텔 / 기필수 사는 게 죄이라서 결혼도 하였고 고통의 씨앗도 뿌렸다 사는 게 병이라서 매일매일 시름시름 아파하고 늙어진다 사는 게 이토록 궁해, 제 살을 갉아먹은 나이에 헛배만 부르다 사는동안 잊고 살았던 행복이라는 추상명사에 목메어 울어도 보았다 사는 건 처음부터 부질없는 짓이었기에 나의 그림자도 외면하였다 그런 오늘 밤만은 내 그토록 그리워하던 이의 쓸쓸한 오피스텔을 보고싶다 불꺼진 방 한켠에서...
어떤 집행유예 / 기필수 죽이기도 아까워 잘 모셔라 국빈 대접을 받으며 나타난 자의 목에 둘레진 죄목, '조 두 순' 광화문 네거리를 지나 서울광장 한복판에 이르는 도열, 그리고, 환영인파... 죽이기도 아까워, 잘 모셔라 차마 법으로도 처형하기 더러운 자의 입에선 지옥의 악취가 풍겨나오고 몸에선 교회 화장실의 썩은 내가 진동하여도 그 놈의 인기는 사그라들지 모르니, 에혀, 너의 형 집행을 유예하노라 먼저 죽이는 ...
뚜레뻥 처형식 / 기필수 너도 이제 교회에 다녀야 하노니 사탄아, 너의 항문도 곧 이 재단에 허하노라 미끈한 너의 내장 속 악의 근원까지 속속들이 헤집어 국민적 여론이라는 큰 압력으로 쭈욱 흡착하리라 그리하여 인간의 이름으로, 대한민국 국민의 이름으로 너의 내장을 사뿐히 즈려밟고 가시올레라 오천만의 발걸음으로 너의 남은 여생을 밟아주리라 너의 야윈 볼을 시나브로 잘근잘근 씹고 뜯어가며 우리도 남은 여생을...
울릉도에 유배당하다 / 기필수 울렁울렁 도착한 그 곳엔 뭍을 기다리다 지친 아가씨며 그녀의 어머니가 맨 나무처럼 서 있다 하릴없이 떠도는 조각배며 바다를 품에 안은 구름이 하나로 소통하는 곳, 한없이 외져 있어도 하늘을 두르고 널리 뭍을 능히 관조할 수 있는 곳 예서 그리움은 한그루의 나무로 자란다 기다림을 먹고 사는 사람들이 항구마다 진을 치고 세상을 등에 지고 올 손님들을 기다리고 서 있다 입 찢어진 가...
일에 대한 나의 명상록 / 기필수일하기 싫다면 이제 일을 내려놓자 실은 안해도 그만일 것들,허탈하다면, 무료하도록 휴식을 채우자 내가 아니어도 때가 되면통일은 찾아오고 평화는 이루어지리니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독재는 이제 버리자 공존하는 민주를 믿어보자내가 없으면 네가,네가 없으면 내가 라는 믿음으로 서로에게 열린 사슬을 이제 엮어보자 우리는 따로 흐르는 물이지만언제나 늘 합류를 원하듯 서로의 온도에 ...
착한 땅 위에 나무로 웃다 / 기필수 여기 이 착한 땅 아래 오래토록 잠든,먼지 끼인 영혼들을 불러 깨우고 방황하던 바람을 하나로 모으고때로 하늘의 눈물을 빌어 세례하고한동안 격조하였던 햇살을 꽃피워나 여기 다시 한그루 나무로 웃다On the good ground I become a tree and smile / Ki, Phil SooBelow the ground where here is good, has fallen asleep for a long time, calls the souls which get jammed in dust a...
악당 포에버 / 기필수 그 분은 아직 정정하다그의 머언 후손들, 벌써부터 자신의 목을 쓸어내린다영웅은 떠나도역사는 남는 것후대에 내리쳐질철퇴를 생각하면, 그렇게이기적인 사람그 분은 아직 정정하다악당은 갔어도평가는 남는 것그 분의 후손들도 먼 훗날부엉이바위 위에서망울망울 적시어갈테니악당이여, 영원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