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천천히 오랫동안 씹는다. 씹을수록 구수한 맛이 우러난다. 달콤하면서 고소한 맛도 느껴진다. 현미와 찹쌀, 보리, 조, 콩 등을 넣은 잡곡밥이다. 입 안을 가득 채우는 은근한 맛에서 자연의 기운이 묻어난다. 새싹을 예비하던 겨울부터 결실의 가을까지 4계절의 기운이 온전히 스며든 밥에는 생명이 깃들어 있다. 뜨거운 볕과 서늘한 바람, 풍요로운 비가 가꾼 곡식들. 땅과 하늘의 기운과 농심까지 보탠 것이 바로 우리...
최근 이명박 정부의 무모한 언론장악에 대한 사법 심판이 잇따랐다. 지난주 대법원은 신태섭 전 동의대 교수의 해임이 잘못이라는 원심을 확정했다. 이에 앞서 정연주 전 KBS 사장의 해임이 절차상 위법이고 해임사유도 인정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고, 대통령 후보의 특보를 사장으로 임명하는 데 반대한 YTN 노조의 투쟁에 정당성이 있다는 판결도 있었다. 이는 신 교수의 해임을 빌미로 KBS 이사회를 장악한 데서부터 강...
영원히 계속될 것 같던 망치소리가 그쳤다. 앙상한 뼈대만 남은 거대 건축물과 멈춰선 크레인은 괴기스럽기까지하다. 부동산값이 반토막 나고 외국인들이 떠나면서 자동차로 넘쳐나던 도로엔 경적마저 잦아들었다. 세계 최고를 자랑하던 팜주메이라는 3개월간 공짜거주라는 파격적 낚시질에 나섰지만 입질조차 없다. 지난달 두바이정부는 자금 압박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대 지주회사인 두바이월드 직원 1만2000명을 잘라내고 ...
여권이 세종시 원안을 뒤엎기 위해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정운찬 총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추인 아래 세종시 수정을 공식화한 뒤의 일로, 이번주부터 본격적 당정협의에 나서는 등 세종시 수정에 올인할 태세다. 특히 친이계는 당내 반대세력을 조직적으로 압박하는 등 밀어붙이기 전략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정 총리가 내정자 당시 '행정의 효율'을 언급하면서 촉발된 세종시 문제는 정쟁화로 달음박질치는 형국...
머리맡으로 나뭇잎 떨어지는 소리가 들립니다. 마치 창밖에서 누군가 두런거리는 소리 같기도 합니다. 몸을 일으켜 격자무늬 내창을 열어젖혔습니다. 작고 투명한 창으로 쏟아져 들어온 가을숲이 눈에 가득 찹니다. 한동안 아무런 생각 없이 앉아 변화하는 숲의 색을 살피다가 밖으로 나옵니다. 저만치 잔디밭까지 심호흡을 하면서 천천히 걷습니다. 방아깨비가 푸드득 튀어오르고 도마뱀은 풀더미 아래로 날쌔게 몸을 숨깁니...
지금 당신은 행복한가. 비록 편중되긴 하지만 유사 이래 어느 때보다 풍요와 편리를 누리는 오늘, 인류는 과연 행복을 구가하고 있는 걸까. 삶의 방법과 가치에 대한 반성과 재해석은 종말론적 증후군이 유령처럼 떠도는 시대에 피할 수 없는 화두이기도 하다. 지구온난화가 불러온 전인류적 환경위기와 고용 없는 성장 속에 불화하는 양극화가 거대한 벽으로 버틴 지금, 인류는 이 근원적인 물음 앞에 설 수밖에 없다. 오늘...
지난주 부산시교육청의 금성초등학교에 대한 교육과정정책연구학교 지정만료 방침에 반발한 학부모들이 자율학교로 지정해 줄 것을 요구하며 집회를 열었다. 산성마을의 작은 학교로 통폐합 위기에 처했던 금성초등학교는 2006년부터 다양한 예술교육과 교과통합교육, 체험학습 등으로 공립형 대안교육의 가능성을 제시하며 주목을 받았다. 최근 고교별 수능성적이 공개되면서 성적지상주의 광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는 가운...
4대 강 정비사업에 대한 잇단 논란 속에서 시공사가 선정된 15개 공구의 공사가 이번 주부터 시작되었다. 국민 다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되는 4대 강 정비는 앞으로 파헤쳐질 강바닥의 깊이만큼이나 의혹을 더할 것이다. 토건적 정비사업이 가져올 생태계의 파괴, 단기간의 공기로 인한 국가재정의 편중과 낭비 등 원초적 결함과 더불어 법적·절차적 정당성의 부족이란 문제점까지 드러내고 있다. 국무총리실까지 나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