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가(哀歌) / 이우성 어둠에 몸을 실은 고뇌의 계절 하나의 별만 있어도 행복할 것 같았습니다 달빛에 비추인 목련꽃 같은 당신을 만나 빛처럼 하얗게 될 때까지 춤추고 싶었지요 당신의 정원에 고운 햇살 꺾어 뿌리리라 동토에 맨발일지언정 장단 맞춰 춤추리라 다짐했건만 산처럼 잠든 그대를 두고 구름에 가려 꺼억거리는 허연 달빛 허락만 하신다면 붉은 꽃잎 핀 가슴에 비수라도 꽂아 그대의 십자가 밑에 곱게 뿌려드리...
닭발을 파는 친구 / 이우성 구남매를 두고 막내 집을 택한 홀어머니와 가녀린 아내를 쫓는 어린 병아리들을 위해 얼음장사,연탄장사,허드렛일을 전전하다 차돌 같은 몸집은 어디가고 이제는 남은 머리카락만큼이나 비좁은 주방에서 돌아가신 어머니처럼 쪼그려 앉아 인기척도 모르고 흘러간 청춘 같이 허옇게 삶아진 닭발들을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닭발처럼 퉁퉁 부르튼 손을 잊고 아무도 모르는 곳에 가 있었으리라 우리는 ...
행복한 사람 / 이우성 들으셨나요 아침이 오는 소리 파도치는 햇살에 또르르 또르르 구르는 새들의 지저귐 맡아 보셨나요 아침이 오는 내음새 산과 바다가 바람을 타고 내미는 푸르른 손 느끼셨나요 아침이 오는 느낌 손을 내밀면 손가락 마디에 스쳐 지나가는 이 모를 가벼움 보셨나요 아침이 오는 모습 이슬방울을 털어내며 귀엽게 고개 내민 천사들 이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하는 당신은 정말 행복한 사람입니다.
에델바이스 /이우성 내리는 햇살 이슬에 녹아 순백색 영혼으로 핀 꽃 영롱한 눈빛처럼 너무 고와서 비도 눈도 만지기가 부끄러워 고스란히 피어있는 꽃 에델바이스야 얼마나 맑고 소소한 소녀였기에 전설처럼 이렇듯 아름다운거니 너의 이야기 듣고 있자니 다시 타오르는 지나간 사랑 어쩌면 좋을지.
내 고향 / 이우성 내 고향은 땅이 어찌나 붉은지 온통 노을 같았지요 할머니 몰래 햇살 담은 지짐이 한 조각 훔쳐 외나무다리 밑 기름 동동 띠우면 꼬리를 무는 구름물고기떼 소쿠리에 그득그득 담아 밀냄새 나는 저녁 상머리에 올리면 할아버지 칭찬에 키가 성큼 자라는 줄 알아 지게 끌고 뒷산에 오르다 개구리 뒷다리에 입가는 까메지고 등잔보다 훤한 밤이면 동산에 올라 장에 가신 할아버지 노랫소리 들릴까 삽사리와 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