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가 추워지기 전에 무를 꺼내기로 했다. 무를 묻은지 얼마되지도 않은데 다시 흙을 파야 되다니... 그래도 어쩔 수 없다. 아래밭 무보다는 윗밭 무가 무말랭이 하기엔 더 적당하니... 비가 온 뒤로 갑자기 기온이 내려가 추워지면 더 이상 땅을 팔 수 없으니, 이번 기회에 무를 꺼내야 한다. 아래 무는 지하실 커다란 항아리에 차곡차곡 쌓아두고 겨우내 하나씩 꺼내 먹기로 했다. 귀찮더라도 무구덩이를 다시 팔 수밖에......
튤립화단 만들 때 한 쪽으로 몰아 둔 항아리들을 아래 화단으로 옮겼다. 연못 옆 다행송 옆자리, 잡초들이 자주 자라나 골치 아팠던 곳으로 항아리를 옮겼다. 옮기면서 가운데 길따라 심어 놓은 옥향이 자꾸만 마음에 걸렸다. 자라서 커지면 가운데 길을 넘어 올 것이고 그만큼 화단도 작게 보여 답답하고 꽃들도 가리는 꼴이 될 듯 싶었다. 그런 생각을 하는동안 장인어른께서 작은 항아리를 들고 내려오셨다. 옥향을 옮겨야...
읍내 장에 갔다. 들기름 짜기 위해 방앗간에 들깨를 맡기고 장인장모님, 아내와 장구경에 나섰다. 읍내가 온통 산천어 준비로 바쁘다. 화천강변 5일장 마당 건너 천변을 따라 한창 산천어등을 준비하고 있다. 중앙통 거리에도 산천어등을 매달고 있는 중이고... 농협 기둥에도 산천어가 걸려있고 가게마다 입구에 산천어를 걸고 있다.
영화관에 갔다. 무얼볼까 하다가 <귀없는 토끼>를 보았다. 존 업다이크의 소설 <달려라 토끼>를 떠올려 그리 되었나 보다. 현대인의 고독이 반영된 60년대 작품인데, 주인공에 어떻게 똑같이 토끼란 명칭을 사용한 것인지 궁금했다. 토끼란 동물에겐 진중함이 느껴지지 않고 경박된 느낌, 사려된 행동없는 즉흥적인 행동 뭐 이런게 아닐까, 생각되었다. 하지만 귀없는 토끼라니, 토끼에게서 귀란 무엇인가? 작가는...
문화센터에 집사람과 함께 등록했다. 집사람은 초크아트예쁜글씨를 하고 나는 하모니카반에 들었다. 사무를 보는 아가씨에게 지금 몇 명이나 등록했느냐니까 다섯 명이란다. 에게 겨우 다섯 명! 하모니카 하면 지난 생각들이 떠오른다. 어려서 고향아제뻘 되는 형이 하모니카를 그렇게 잘 불었다. 그는 그의 작은 방에서 우리들 또래를 앉혀놓고 종종 멋진 반주로 하모니카를 불었다. 그때 그 하모니카 소리는 그의 한이었을까...
고향가는 길이다. 내륙고속도로 장호원 어디멘가 달리고 있을무렵 전화가 왔다. 엄마다. "니 오나 안오나, 궁금해서 전화했다." "참 엄마도 내가 가지 안간다 했소, 지금 고속도로 씽 달려갑니데이." 면소재지 양조장에 들러 막걸리를 일곱 병 달랬더니, 주인 왈 "뭐할려고 일 곱 사나요, 세 병 더 사면 한 병 더 줄 건데" 만원 한 장 주고 열 병을 샀다. 한 병은 덤으로 받고... 술병을 비닐봉지를 넣어주며 바가지 가득 술맛...
고향에 가서 쌀을 가지고 왔다. 금방 돌아서 온 길이라 마음이 가볍지 않다. 한 달 뒤에 다시 내려오겠다는 말씀만 두고 왔다. 마을회관 짓는데 얼마간 찬조했더니, 기념품으로 참기름을 주었다. 부모님 낯도 내고 참기름도 얻고... 아내가 참기름 한 병이 얼마짜린 줄 아느냐고 해서 함께 웃었다. 고향에서 가져온 서리태를 펼쳐놓고 씨할 것을 장인어른께서 골라내셨다. 며칠동안 머리에 열이 올라 신종플루인가 걱정했는데 ...
산천어 모형이 읍내 여기저기 걸려 있다. 산천어 축제 준비로 바쁘다. 문화회관 뒤쪽 물레방아 공원도 그렇고 읍내 중앙통 길을 가로질러 산천어 등을 달 철골들이 늘어서 있다. 올해는 꽤 볼 게 많을 것 같다. 파리바게트 창너머로 들어온 햇살이 봄같다. 한씨어른 할머니께 빵을 사드렸더니 또 가래떡 한 봉지를 주신다. 정이 많은 어른이다. 이이장님 빵은 전해주질 못했다. 늘 이리저리 빚을 지면서 사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