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내가 신데렐라야? 현진이가 울상을 지으며 소리친다. 왜? 왜 나만 치우냐고... 언니랑 같이 놀았는데 두 아이가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혜진이가 컴퓨터를 한다고 가버리고 나서 혼자 치우려니 화가 났나보다. 우리딸 참 머리 좋다. <2008.5.2 안면도 꽃박람회에서>
현진이가 수두에 걸렸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붉은 반점 투성이다. 밖에도 못나가고 하루종일 집에서 가려운걸 애써 참는 모습이 너무 안쓰럽다. 현진아, 긁으면 흉져 그럼 나중에 못생긴 사람이 돼. 아빠도, 엄마도 그랬어? 그럼. 자, 봐. 아빠하고 엄마는 흉터가 없잖아 가려워도 안긁고 참아서 그래 그나마 제 언니한테 옮기지 않은게 얼마나 다행인지. 이 병이 다 나으면 한뼘만큼 키가 자라겠지? 오늘 밤은 많이 가렵지 않...
'아빠, 나 잘 하지?' 혜진이가 철봉놀이를 한다. 제법 팔에 힘이 붙은 모양이다. 한 칸씩 이동도 할 줄 알고. 혜진아, 아빠 어렸을때 철봉놀이를 아주 잘 했어. 턱걸이는 30개도 넘게 했었지. 엄마 어렸을때 오래 매달리기 선수였대. 넌 엄마, 아빠 딸이니 더 잘할 수 있을꺼야. 지금? 지금은 안돼지. 나이를 먹었잖아 살도 많이 찌고. 그럼 어떻게 증명하냐고? 글쎄... <2009.4.18. 가족공원에서>
아빠, 나 여기있어. 아이들이 여기저기 뛰어다니며 노느라 정신이 없다. 공놀이도 하고, 블럭도 맞춰보고, 어린이 훈련장에서 레펠도 타고 마냥 즐거운 아이들 아이들을 위한 이런 놀이터가 있다는게 참 신기하다. 우리 어린시절 이 시기가 돼면 우리 딸들 또래 아이들이 제일 불쌍했다. 꽃샘추위에 흙장난도 어려웠고, 구슬치기, 고무줄 놀이는 시켜주지를 않았고, 학교에 들어가야 배우는 한글을 모르니 책도 읽을 수가 없었...
산천어야! 어디있니? 낚시줄에 얼음이 맺히도록 기다렸지만 산천어는 잡히지 않는다. 워낙 많은 사람들이 여기저기 구멍을 뚫어놓고 낚시대를 들이대니 산천어도 정신이 없나보다. 어쩌다가 한 사람이 잡기라도 하면 우르르 몰려가 구경을 한다. 우와! 좋겠다. 혜진아, 낚시는 그만하고 우리 썰매나 타자. <2009.1.17. 가평 얼음축제 장에서>
아빠! 낙엽이 푹신푹신 해. 이상한 냄새가 나. 아빠! 이게 이뻐? 아님 이게 더 이뻐? 알록달록한 낙엽을 주워들고 좋아하는 아이들. 낙엽을 한 움쿰 잡아 하늘로 던져보기도 하고, 발로 차보기도 하고, 누워 보기도 하고... 낙엽 태우는 냄새를 맡게 해 줄 수 없는게 아쉽다. 나의 어린시절 이즈음엔 학교에 가면 항상 좋은 냄새가 났다. 학교를 둘러싸고 있는 플라타너스 낙엽들을 태우느라 하루종일 소각장에서는 연기가 났...
혜진아 아빠 한입만 줘 '싫어' 아이스크림 하나를 혼자 다 먹었었다. 무얼 먹더라도 조금씩 아껴가면서 야금야금 먹는 혜진이 사탕을 먹더라도 녹여먹지. 무얼 먹더라도 일단 씩씩하게 먹어치우는 현진이 사탕을 주면 조금 빨아먹다가 이내 '와자작' 깨뜨려 먹고야 말지. 그림을 그리더라도 한참을 걸려 도화지에 빈곳이 없게 다 채우고야 마는 혜진이, 엄마 아빠 모습을 단 1분만에 뚝딱 그려내는 현진이... 너희들은 도대체 ...
가을이다. 주말에 교외로 나와 오랫만에 파란 하늘을 보았다. 아이들이 맨발로 잔디밭을 뛰어다닌다. 발바닥에 닿는 감촉이 좋은가 보다. 태어나자마자 콘크리트에 익숙해진 아이들.. 콘크리트로 만들어진 길, 건물들이 아마 자연적으로 만들어진거라고 생각할런지도 모르겠다. 그래서 주말이면 자주 흙을 밟도록, 흙장난을 할 수 있도록 해주려고 한다. 쌀이 쌀나무에서 나는 게 아니라는 것과 살구 꽃과 복숭아 꽃이 어떻게...
야! 신난다. 처음 놀이기구를 타 보는 현진이 처음엔 무섭다고, 안 탄다고 버티더니만 막상 놀이기구가 움직이기 시작하니 여간 좋아하는게 아니다. 아빠보고 손을 흔드는 여유도 있고.. 놀이기구에서 내리고 난 후에 현진아 한번 더 탈까? "아....니...." 현진아, 처음엔 다 그런거야.. 그렇다고 무서워서 물러서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거든... 그냥 부딪혀 보는 거야. 그러다보면 높은 곳에 올라와 있는 네 자신을 발견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