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은 행운처럼 어느 날 갑자기 찾아 오는 게 아니라 만들어가는 것이다. 몇년전 일이다. 친구들과 등산을 갔는데 산에서 여럿이서 싸 온 점심을 펼펴면 뷔페를 보는 것처럼 다양하고 맛있는 먹을거리가 풍성하다. 그중에 한 사람이 정갈하고 맛깔스런 김치를 펼치면서 " 이거,우리 시돈이 보낸거야" 한다. 솜씨에 자신이 있는 분이구나 생각하면서 무척 부러웠다. 김치도 부러웠지만 그렇게 정을 나누는 관계가 참 부러웠다....
내 맘대로 할 수있는 고무줄같은 세월인 줄 알았다. 한 끝을 어디엔가 매어놓고 한 끝은 느슨하게 잡고 출발한 세월 조금씩 감아쥐면서 몇 고비를 변해야 했던 역할을 어느만큼 하고나서 더러 매듭도 풀고 팽팽하게 잡고 왔는데 어느날 갑자기인 듯한 고무줄 한 매듭에서 추의 무게가 느껴지고 수직으로 늘어나 추락해 가는 나를 발견한 바쁜 마음에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달음박질로도 쫓아갈 수 없는 세월을 그리 느긋...
진관공원을 걷다. 부처를 형상으로 모시고 절을 짖는 것은 기도를 할 수 있는 장소를 제공함이지 그 곳에 부처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부처는 마음속에 있고 기도는 행주좌와어묵동정(行住坐臥語默動停)이라고 해서 걸어 다니거나 머무르거나 않거나 눕거나 말하거나 침묵하거나 움직이거나 조용히 있거나 이 모든 행위 속에서도 기고를 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자유롭게 자애로움인가! 이 가르침이 시간의 제한을 ...
친정가는 길 거대한 수채화 화폭 속으로 빨려들어가는 느낌, 그런거였다 짙은 안개가 원경을 수묵담채화로 만들기도 했지만 조금씩 벗어나는 안개속의 화폭은 명산의 화려한 단풍이 아니라 나느막한 야산에 여러가지 색채가 조화를 이루며 갓 미술을 전공한 순수함의 작품 같기도 한 그 풍경 속 끝 지점에 아련히 남아있을 친정으로 내달리는 가족여행이 10월의 마지막 날을 추억의 한 페이지로 만들었다. 어머니가 떠나신 친...
내가 단풍인지 단풍이 나인지 아무 분간도 없이 그냥 빠져서 허우적거리던 날 화려한 카페트같은 단풍위로 나를 던져도 좋을 그런 날 내 인생을 통털어 가장 잘 한 일은 산행을 시작 한 일 언제까지가 될지는 모르지만 점 찍고싶지 않는 건강함 이 모든 것에 감사하는 너무 좋은 가을. 그래서 살아있다는 게 참 행복합니다.
북한산 숨은벽 밤이슬이 내려앉은 가을 아침은 창을 여는 순간부터 왈츠의 무대같다. 어디선가 경쾌한 왈츠가 들려오는 것 같고 왈츠의 리듬을 타고 고운 단풍들이 내려앉는 가을 아침이 신체의 리듬이 세월을 거슬러 가게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마을 산악회에서 처음으로 등산가는 날, 이곳에 정착한지 일 년이 넘었지만 아직 마음이 통하는 사람 하나 없이 지내다가 마침 산악회가 생겨서 누구보다 좋아했지만 이만큼 살아...
추모관을 다녀와서 찰나의 가장 짧은 순간이 가장 먼 거리가 되는 생사의 갈림길 이승과 저승은 그런 관계였어 처음으로 방문한 추모관이란 거 장묘문화가 바뀌면서 생겨난 신들의 아파트 같기도 했다. 살아서 움켜잡고 욕심 부리던 재산들이 무슨소용이람! 거기는 빈부차도 없이 일정한 공간에 항아리 하나 들어가면 그만이었다. 외관상으론 가족공원같은 느낌을 주려고 아름다울 정도로 잘 가꾸어져 있었지만 머물고 싶은 공...
밤중에는 도심에 있을 필요가 없었던 나 언젠가부터 차로만 지나던 한강을 걸어서 건너보고 싶다고 늘 생각만 하다가 추석을 맞아 집에 와 있는 딸하고 같이 걷기로 하고 종로3가에서 만나 반포대교로 갔다. 반포대교는 오세훈시장의 걸작으로 불릴만한 무지개분수가 화려한 불빛과 함께 멋진 음악 선률에 맞쳐 물줄기를 품어내고 있었다. 우리는 그 아래 잠수교를 천천히 걸으면서 음악도 듣고 사진도 찍고 작심한 야경 산책...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꽃밭을 살피는 것이 일과의 시작이다. 아이들을 키울 때는 두 딸이 꽃이었는데 이젠 더 이상 돌보지 않아도 되는 화분을 박차고 더 넓은 공간으로 꽃을 피우러 나가고 나니 어디에다 정성을 쏟아야 할지 생각하다가 화초를 키우기 시작했다. 자고나면 한 잎씩 피어나고 꽃을 피워주고 내 마음을 안다는 듯 이쁜 모습으로 정성에 보답해 주니 얼마나 사랑스러운지, 잎에는 윤기가 흐르고 꽃은 제 ...
북한산 족도리 바위 여기를 가기 위해서는 불광동에서 출발을 해야한다. 북한산 품이 얼마나 장대한지 코스에 따라 출발점이 여러 곳에 분포되어 있다. 같은 북한산 줄기이지만 정릉쪽에서 출발하려면 우리집에서 차로 4분거리에 산성입구가 있고 여기서 정릉까지는 한시간 이상을 가야 할 정도로 먼 거리에 있기도 하다. 꼬박 3년을 다녀야 다 갈 수 있다는 코스들을 난 거의 다 가 본 셈인데 이상하게도 몇년후에 다시 가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