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 출근 시간보다 일찍 나와서 비교적 널널한 마음으로 차를 몰았습니다. 그리고는 음악을 틀었죠. 평소 가요를 듣는데 듣는 도중 광고가 나와서 클래식 쪽으로 채널을 돌렸습다. 잠깐 광고를 듣지 않으려는 이유 때문이지요. 그런데 클래식을 듣는데 음악이 아주 잔잔하게 내 마음을 평안하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시간도 여유있다 싶어서 천천히 차를 몰았습니다. 앞쪽에 신호 받고 서 있는 차를 향해서 별로 바쁠 ...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앞에 선 내 누님 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
모윤숙 하얀 섬돌 언저리 귀뚜리 울던 밤은 지나고 서리 아래 맑게 풍기던 하늘의 내음새 상긋이 불어오는 소향의 안개 밤도 낮도 없는 마음씨라 베개도 거울도 너는 갖지 않았다 웃음이나 설움이나 자랑이 아닌 너는 번거로운 화원에선 멀리 떠난 미의 여인, 성의 청춘 오묘한 말로 못 이르노라 어여쁜 눈짓으로도 못 피게 하노라 별이 시원히 둘린 밤에
날이 화창합니다. 벚꽃이 활짝 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꽃구경을 하려고 전국에서 몰려들었습니다. 벚꽃은 날과 바람과 빛에 도움을 받아 아주 화창합니다. 각종 소리들이 들끓습니다. 특히 관악기가 많은 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나무 따라 목관악기를 닮은 듯 합니다. 관광객들은 모두 저마다 소리를 내고 즐거워하고 있습니다. 진해의 벚꽃은 꽃 중에서도 그중 빨리 소식을 전합니다. 겨우내 움츠러들었던 마음을 꽃에 기...
시립도서관에서의 일입니다. 대출된 책을 받다보면 이용자들에게 듣는 소리가 있습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이라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이렇습니다. " 이 책을 좀 보세요. 책을 읽을 수가 없어요. 눈이 아파서요." 책을 펼쳐보니, 책 전체가 밑줄로 그어져 있었습니다. 페이지 당 예닐곱 개는 그어져 있더군요. 이전에 빌려 갔던 한 이용자가 그리 했던 게지요. 우리는 그러려니 하고 지우개를 들고 밑줄을 지워...
지난번 카리부커피 테이크아웃 먹고나서 언제 한번 불고기브라더스도 한번 먹어봐야지 하고 벼르고 있었는데 기회가 왔습니다. 기회는 바로 크리스마스 이브! 벼르고 별러 해운대점을 찾아갔습니다. 역시 길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타고 막히고 있었습니다. 가는 도중 길이 너무 막혀 예약을 하려고 하니 당일 예악은 안된다는 대답이 돌아오더군요. 도착하고 보니 이미 자리는 만원이고 한 시간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는 직원...
더운 여름날, 쉬 잠은 들지 않고 그렇다고 잠들기 위해 시원한 술 한 잔 마시고는 싶지만, 딱히 그러고도 싶지 않은 자정 전이었죠. 끈끈한 바람이 목덜미에서 귓가로 잔털처럼 붙어 있는 후텁지근한 습기에도 불구하고 막 잠이 들려고 하던 때, 어디선가 어린 아이의 소리가 크게 들려왔습니다. " 할머니, 문 열어줘요!" 나는 그저 집 나간 아이가 늦게 놀다가 막 집에 들어오는 참인 줄 알고 그저 심드렁히 누워 있었더랬습...
포구에 작은 방파제가 있습니다. 소형어선이나 보트를 묶어놓는 노릇을 하는 곳이기도 하지요. 아마 그럴 용도로 만들어놓은 곳인 게 맞을 겁니다. 그곳으로 낚싯꾼들이 와서는 소주도 먹고 놀다 가곤 합니다.그곳에, 그곳에 빨강버스가 있습니다. 바퀴 아래는 바로 바다입니다. 방파제 폭이 좁아 버스 옆으로 두 사람이 지나가면 딱입니다. 장기 주차해놓고 있죠. 그건 폐차가 아니라 장사를 하는 노변 카페 역활을 하는 엄...
옷깃을 스치듯 사람들은 저마다 많은 만남을 지니고 있다. 그러나 얼굴을 늘 마주 대하는 사람일지라도 그에게 아무런 느낌이 없다면, 그것은 일상적이고도 사무적인 만남일 수밖에 없다. 비록 자주 만나지 않더라도 나에게 감동을 주는 사람을 만나는 일은 즐겁다. 사람과의 만남은 바람 따라 가는 것 같아도 어찌 보면 제가 만들어가는 것이기도 하다. 얼마 전의 일이다. “여보세요? 저 승주엄마예요. 출발하실 때, 전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