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전 경남 통영의 수국섬에서 열리는 여름시인학교를 찾았던 기억이 난다. 그 때 그곳에서 3박 4일을 보내며 만낫던 임영조 시인, 고영조 시인... 이름이 같아서 두 영조라 불렸던 그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함께했던 이성선 시인(고인), 최명길 시인, 김재홍 교수, 하응백 문학평론가, 김삼주 교수의 이름이 기억난다. 그 이후로 장소를 설악산 자락 백담사로 옮겨 만해시인학교가 열리게 되었지만 지면을 자주 만났던 임...
동갑내기 미모의 작가가 조선시대 여성 예술인의 모습을 조용하고 내밀하게 그려낸 소설, 붉은 비단보는 그녀의 말대로 지독히 현실적이면서도 성찰적이고 분열적이면서도 타협적인, 영악하면서도 인간적인 예술가의 모습을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하는 과정동안 어린시절 사랑했던 정인(情人)의 모습을 통해 그림으로 시로 서예로 예술적 가치를 승화시키며 신분의 벽 때문에 고민하면서 한 사람만을 가슴에 간직한 채 죽을 ...
- 최초의 가야금 가수 가야랑을 위하여- 오동나무가 심장을 가졌던가 열 두줄 현이 풍경처럼 가슴에 매달려 손금 사이를 춤춘다 지문을 기억하는 현이 물결처럼 튀어올라 예랑이의 심장이 되고 사랑이의 목청이 되었다 도공의 손으로 곱게 빚어 천도의 장작불에 소신공양으로 구워낸 고려청자의 그것처럼 현이 울릴 때마다 소리가 바람을 타고 주파수처럼 튀어 오른다 가야랑이 울리는 소리는 물에 젖은 명주실처럼 감기다가 ...
지는 저녁해를 바라보며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였습니다 날 저문 하늘에 별들은 보이지 않고 잠든 세상 밖으로 새벽 달 빈 길에 뜨면 사랑과 어둠의 바닷가에 나가 저무는 섬 하나 떠올리며 울었습니다 외로운 사람들은 어디론가 사라져서 해마다 첫 눈으로 내리고 새벽보다 깊은 새벽 섬 기슭에 앉아 오늘도 그대를 사랑하는 일보다 기다리는 일이 더 행복했습니다.
비오는 날엔 그리운 사람의 목소리를 한 컵 마시고 싶다. 빗방울에 젖어 강물처럼 촉촉해진 목소리에 보고싶은 마음이 빗방울처럼 뚝 뚝 떨어지는 그 사람의 깊은 목소리로 거문고를 켜고 싶다. 전화기 가까이 컵을 들이대고 단풍처럼 돋아나는 목소리 빼곡히 담아 당신을 향한 그리움으로 허기질 때 컵속에 바람의 이파리 하나 띄워 놓고 국화차를 한 잔을 마시듯 깊은 향이 온 몸을 휘감는 그윽한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
밀꽃은 수밀도 섬에도 피어나는가 봄 한 철 춘정에 겨운 노랑나비 한 쌍 밀꽃에 앉아 애액을 쏟아 낸다. 휘-이-익 비익조의 날개를 가진 바람이 밀려 오고 가슴안에 간직한 바람을 꺼내어 날개를 완성한다. 밀꽃의 이파리가 공중 빈 곳을 향해 그리움 더듬이를 펼치는 동안 수밀도 가득 머무는 사랑의 흔적 밤 새워 깔딱 고개를 넘어 간다.
지난 토요일 (10월7일) 교보문고 잠실점에서 하는 북마스터 데이 체험행사에 다녀왔습니다. 교보문고가 광화문에 처음 문을 열던 때를 생생히 기억하는 나로서는 교보문고의 고객이 되어 서점에서는 별보다 따기 어렵다는 북마스터들의 일상을 체험하고 고객이 아닌 직원의 입장에서 손님을 대하고 수만권의 책속에서 필요한 책을 찾아내고 고객이 문을 열고 들어 오는 순간부터 나가는 순간까지 최선을 다하는 그들의 숨은 ...
가슴에 강 줄기 하나 만들어 흐르게 할 수 있다면 그리운 사람에게 가 닿을 때쯤 얼마나 깊어져 있을까 그리움이 갈대꽃을 따라 흐른 자리에 섬이 생기고 풀이 생기고 꽃이 생기고 밤새도록 섬에 머물던 바람이 별을 캐고 눈물을 캐고 물안개가 백자빛 얼굴로 하늘에 오를 때 햇살을 파 먹은 게으른 그대 어떻하나 어떻하나 꽃잎만 만지작 거리다 바람난 화원畵員에게 동정을 빼앗겼네